하... 지친다
나 하소연 조금만 해도 돼?

남자친구 6년 다닌 회사 관두고(사실상 회사가 망해서 전직원 정리해고) 백수하는데 번아웃 온 것 같대
아무것도 하기가 싫고 뭘 위해 노력하는건지 모르겠대
그냥 쉬라 했지... 나도 일 때메 우울증까지 겪어본 사람이라 닦달은 못하겠더라

근데 문제는
남자친구가 현재 적금이 없다는거야
놀음, 유흥 좋아하는 사람 절대 아니고 성실한 사람인데 재작년부터 가정사 때문에 적금+월급까지 매달 들이부었대
그래서 나한테도 돈을 좀 빌렸어
사정이 딱하니까 말 없이 빌려줬고...

맨날 집에 있던데 돈 없다고 밥도 제대로 안챙겨 먹고 통신비 낼 돈도 없다고 말하는게 반복되니 짜증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해서 꾸준한 알바가 아니라 하루 단기 같은 곳도 괜찮으니 나가봐라 꾸준히 말했었어

근데 그거 말한지가 언젠데 이제야 알아보네
당장 수중에 돈은 없고 신용카드 결제일은 다가오고 생활비로 쓸 돈 조차 없어 끼니도 제대로 안챙기고

여태까지는 이렇게까지 남자친구가 돈이 없어지면 내가 십만원이라도 보내서 이걸로 밥이라도 사먹으라고 해왔지만 몇번을 하다보니 이젠 나도 힘들다
내가 뭐 대단한 커리어 우먼도 아니고 연봉이 몇천 되는 것도 아니고 적금이 몇천만원 있는 것도 아니고 나 20대 초반이야ㅋㅋㅋㅋ

남들은 남자친구가 소소한 선물이라도 주던데 나는 여태 1년 가까이 사귀면서 아무것도 받은 적 없어
남자친구 사정이 힘드니까 가지고싶은게 있어도 부담 느낄까봐 말 안하고 남자친구랑 만나면 밥도 사줘야하고 혹시나 돈 빌려줘야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니 안쓰고 참아왔어

성인 되어서 하는 첫 연애인데 이런 대우나 받고 있는게 참... 뭐랄까 말로 표현이 안되는데 날 싫어해서가 아니라 정말 상황이 힘든거니... 닦달하거나 짜증낼 수도 없는 상황인게 너무 힘들어
여기서 남자친구한테 뭔갈 바라면 내가 속물 되는 것 같아서ㅋㅋㅋㅋ...

힘들면 놓아버리면 되는데
좋아해서 헤어지고 싶진 않고
남자친구도 나 많이 좋아해주니까
참... 힘드네
나도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너무 길었지...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