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자기들! 나 어제 말주변 없는 남자친구썰 풀었던 자기야 어제 글 읽었던 자기들이 재미있어 했던 거 같아서 우리가 평소에 어떻게 지내는지 썰 조금만 더 풀어줄게

나랑 내 남자친구는 처음부터 장거리 연애였고, 이제 사귄지 80일 막 넘겨서 100일을 향해 가고 있는 커플이야. 친구로 알고 지낸지는 4년이 넘었어. 첫번째 썰 주제는 곧 100일이니까 기념일에 관한 거로 해볼게.

(1) 기념일

위에 써놨듯이 나랑 내 남친은 곧 100일 째에 접어들거든? 그런데 사실 만날 계획이나 딱히 거창한 무언가를 할 계획은 없어... 100일이 평일이라 나도 남자친구도 바빠서 시간이 없더라...🥲 우리는 기념일을 일일이 거창하게... 매번 챙기지 않기로 합의를 한... 좀 특이한 케이스의 커플이야

왜냐면 기념일이라는 건 100일 단위로만 챙겨도 생각보다 금방금방 찾아오는 단위이기도 하고... 사귀는 기간이 길어져 갈수록 레파토리가 떨어지고 다음 기념일 선물을 고민하고 하는 게 오히려 나중에 가서는 서로 지치게 만드는 원인이 될 거라고 판단했거든.

특히나 남자친구는 전여친이 기념일 집착광공에 물질공세가 워낙 심했어서 받고만 못 사는 본인 성격 상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하더라고(우리는 이미 오래 친구였기 때문에 각자 다른 사람과 연애하는 걸 상호 먼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상황도 있었고 그래서 전 연애사 같은 걸 숨기지 않아 이미 다 알거든).

그래서 100일 단위 같은 건 "벌써 100일이구나 시간 빠르다 너랑 보낸 100일 동안 정말 행복했어 앞으로도 변함 없이 옆에 있어줘." 정도의 말만 주고 받아도 만족해. 나는 남자친구한테 그렇게 해주려고...

그래도 만약 굳이 뭔가 해준다고 한다면 남자친구가 사귀게 된 뒤로 나랑 만난 횟수가 총 세 번인데, 두 번째로 만났을 때 자기가 이건 살면서 처음으로 먹어본다고 엄청 맛있다고 했던 마들렌이나 가볍게 사서 기프티콘으로 보내줄까 고민 중이야. 아마 그거 기억하고 보내준 거라고 하면 기뻐해주지 않을까?

맞다! 그리고 나랑 내 남자친구는 한쪽이 자기 마음대로 기념일 생각에 선물을 보내줬다고 해서 다른 쪽이 선물을 무조건 같이 보내줘야할 이유는 없다고, 늘 틀에 박힌 루틴처럼 특정 일자마다 당연하다는 듯이 선물이 서로 오가는 건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그냥 각자 "본인이 챙기고 싶은 기념일 알아서 맘대로 상대 챙겨주고 상대가 안 챙겼다면 그건 또 그거대로 오케이"가 기본 마인드라는 느낌?

그래서 난 이번에 남자친구가 이번 100일에 따로 뭔가를 준비하지 않았다면 그건 또 그거대로 재미있을 거 같다고 생각해. 하나도 기분 나쁘지 않아. 내가 깜짝 선물 준 거잖아. 내가 생각도 안 하고 있었던 상황에 어느 날 남자친구가 뭔가를 챙겨줘도 기분 좋더라구.

지난 발렌타인은 남자친구가 초콜릿을 좋아해서 내가 봉봉쇼콜라를 사줬었고, 화이트데이는 남자친구가 나한테 블렌딩 티백 세트를 사줬어. 나도 남자친구도 사탕을 별로 안 좋아하거든.

나는 차 마시는 걸 되게 좋아하는데 남자친구는 차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아예 없어. 위에 마들렌도 내가 사귀게 된 이후로 두 번째로 만나게 됐을 때 내가 홍차 마셔보게 해주겠다고 카페에 데려갔을 때 먹어본 거야. 그런데도 내가 차 좋아한다고 혼자 알아보고 티백 세트 보내준 거 너무 귀엽지 않아?
참고로 난 바쁘게 살아서 3월 14일이 화이트데이인 것도 까먹고 있었던 바람에 기프티콘 날아온 거 보고 남자친구한테 "자기야 이거 뭐예요?" 했었어 ㅋㅋ...

요즘 매주 수요일마다 티세트에 있는 티백으로 차 하나씩 타가지고 남자친구한테 잘 마시고 있다고 사진 보내주는데 선물 잘 준 것 같다고 정말 행복해하더라. 자기들도 기념일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연애 시작하는 초기에 나랑 내 남자친구처럼 서로 합의 해보는 거 어떨까? 나는 요즘 너무 즐거워. 그럼 나중에 썰 또 들고 올게! 행복한 하루 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