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이 여자아이돌을 너무 좋아해서 정떨어져버렸어……


사귀기 전이랑 초반엔 몰랐음
어쩌다 아이돌 얘기 나오면 자세히는 모르는 느낌이고
ㅇㅇㅇ 노래 좋긴 하더라 이 정도 반응이 다라서

근데 사귀면서 점점 애가 여자아이돌 관련 얘기만 나오면 (가게에서 노래 나오거나 그러면) 갑자기 막 엄청 흥분하고
여자아이돌 누구는 목소리가 막 귀여워서 너무좋다
누구는 어쩌고 누구가 어쩌고 저쩌고
요즘 누구는 어떻고 누구는 어떻고 요즘 자기는 무슨 그룹 노래가 좋더라 누가 이쁘더라 누가 귀엽더라 누가 예능에 나와서 뭐뭐 했는데 재밌더라
숏츠 봤는데 누구 mbti가 뭐뭐인데 다른 아이돌이 무어라 물어봤더니 걔가 이렇게 말하더라

이런 말을 막 주절주절 하는 거야
그래서 처음엔 나도 오 그래?? 하고 그냥 받아줬거든
이러는 거 자주 받아주다보니 신났는지
자기가 팔로우한 목록 막 자랑하더라고

나는 인스타를 안하는데 남친은 해
남친 릴스 같이 구경하고 있었는데
남친이 팔로우한 목록이 뭐 다른 거 섞여있는 게 아니라
남친 주변 친구들(20명가량) 제외한 나머지 80%가 여자아이돌만 팔로우돼있더라

자랑하면서 한명한명 들어가서 자기가 마음에 들었던 여자아이돌 셀카사진 나한테 보여주면서

아 얜 이 사진이 예쁘더라
이거 잘나왔더라
와.. 어떻게 이렇게 생겼지? 진짜.. 진짜 미쳤다

이러는데 이거 뭐 반응을 어떻게 해줘야 하나..
난 그냥 남자아이돌은 물론이고 아이돌 자체에 관심이 크게 없는데
그나마 나도 여자아이돌은 예뻐서 무대영상 같은 건 가끔 챙겨본단 말야?
그래서 그냥 오 진짜 예쁘네 이런 말밖에 반응할 게 없더라고

그러다 얼마 전엔 남친 자취방에 처음 놀러갔는데
방에 제일 좋아하는 여자아이돌 포스터인가 뭔가 붙어있었는데
장난식으로 ㅇㅇ아 오빠 왔어~ 하는데
흠..ㅋㅋㅋㅋ

쉬고 있을 때 유튜브로 여자아이돌 세로직캠 엄청 자주 보고 예능 보면서 아 귀여워ㅋㅋㅋ 하고

물론 아이돌 좋아하는 사람 십분 이해하고 사람으로서도 상관없고 친구로서도 상관없는데 (오히려 저렇게 무언가 푹 빠진 게 있는 사람들이 좋아보이기도 할 정돈데)
왜 애인으로서는 정나미 떨어지는지 모르겠어..

다른 부분 다 좋고 착하고 좋은 사람이고 매너 있는 사람인데
남친이 여자아이돌 좋아하는 걸 관두게 하고 싶지도 않고 저런 걸 바꾸고 싶지도 않고
질투도 안 나고 화도 안 날만큼
미안하게도 정이 너무 떨어져버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