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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는 자기202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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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남친한테 정말 최악의 말을 해버렸어. 죽고싶다고. 다 포기하고싶다고 해버렸어
긴글인데.... 조금만 읽어줘 자기들. 내가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

남자친구하고 사귄지 200일 좀 지났어
그리고 사귀고 한달 후에 난 자궁내막암 판정을 받았고, 다니던 회사도 6월즈음에 퇴사하고, 대학 4학년 막학기 휴학중이었어서 복학할때까지 이겨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체력이라도 기르고자 운동을 다녔지만
운동하면서 자궁쪽이 너무 아프고 출혈도 너무 많이나서 그 고통에 우울감과 무력함이 너무 많이 다가왔었어

남자친구는 내가 암이란걸 알고 난 후에 같이 이겨내자고. 걱정하지말라고 말해줘서 계속 사귀었지만
난 24살이라는 젊은 나이의 첫 연애에(남친도 나도 서로가 처음이야) 여자친구 몸상태를 신경써야하고 매일매일 아프진않은지. 건강은 괜찮은지를 먼저 걱정해주고있는 남자친구에게 너무 미안했고, 데이트하다가도 오래걷다보면 아파지고 그래서 놀러다닐때도 내 몸상태 체크하며 돌아다니고있는게 너무 그냥 너무 미안해서
내가 남친에게 더 의지하고 더 사랑하기전에 헤어져야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했었어.
그 고민에 대한 글도 당시에 자기방에 올린적이있었는데,
그때 한 자기가 내 글에 댓글로. 정말 사랑하면 믿고 같이 이겨낼 생각을 해야한다고 말해줘서 정신차리고 이겨내고있었어

항암약을 먹으니 몇달만에 몸이 부작용과 붓기로 20키로 가까이 쪄버렸고
운동을 하려고 하체에 힘을 쓰면 자궁안에 들어가있는 치료기구가 자꾸 근육을 찔러서 아파(자궁이 다른 사람들보다 워낙 작은데, 그 기구는 원사이즈라 어쩔수없이 아플거래). 피도 많이 나서 운동도 제대로 못하지만 할 수 있는건 다했었어. 매일매일 피를 흘려서 빈혈때문에 어지럽고 3.4달 내내 생리대는 필수였고

그래도, 자궁내막이 두꺼운걸 먼저 줄여야하는게 자궁내막암 치료중 가장 중요한거니까. 피가 나고 근육조직같은게 떨어져나오고 너무 고통스럽게 아파도 나아가고있는걸거라고. 남자친구도 나도 그렇게 믿으면서 간신히 울음을 그치고 같이 이겨내려고 노력했어.

9월에 복학하고 난 후엔 미대생이다보니 과제때문에 거의 매일 밤을 새고 주말엔 남친이랑 데이트하는 그 스케줄까지 다 소화하다보니 컨디션이 항상 피곤했고 아팠고 몸이 무거웠었어
스트레스 받지말라고 의사쌤이 당부하셨었는데, 과제에 쫒기다보니 스트레스를 받아야하는건 어쩔수없었어
항암약도 제 시간 맞춰 먹어야하는데 수업중이랴, 새벽에 밤새서 늦잠자랴 갖가지 사정이있어서 제 시간에 못먹는 일도 일쑤였고
걱정되긴했지만, 살도 13kg정도 빠졌어서 괜찮을거라 믿고 힘들어도 웃으면서 지냈었어
그랬었는데

저번주에 mri찍은 검사결과를 보니, 암이 너무 커졌다고
내막 안으로 뚫고 들어간거같다고. 다른곳에 전이된게 있는지 전신 ct찍어야할거같다하더라
얼마나 심각한지 감이 안왔었는데, mri 사진 보니 뭐가 암인지 나도 육안으로 판별할수있을정도였고. 의료파업때문에 내년까지 넘어갔던 조직검사수술 날짜도 12월로 당겨졌어 빨리 확인해야할거같다하더라.

그 말 듣고 너무. 모든게 무서워졌었어
살도 좀 빠져서 예전보다 더 건강해졌는데 왜?

젊어서 그렇데. 암세포들이 커지고 자리잡는 속도가 너무 빠르데

병원탓을 하고싶어도 서울아산병원이라는 큰 병원이라 할 수도 없고
내가 할 수 있는건 절망밖에 없었어. 그렇게나 열심히 노력했는데. 남자친구도 회사다닌다고 야근할때마다도 나한테 안좋다는 음식 하나하나 나 자신보다 더 많이 챙겨주고 알려줘서 나도 많이 챙겼는데. 건강하게 돌아가려고 노력했는데

매일매일 주저 앉아서 울던 그 고통도. 하루에 10000보 이상 걸으면 배에 힘이 들어가고 수축돼서 안에 장기가 찔리는 그 고통도. 나아져서 그러는걸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세상이 너무하더라. 다 포기하고 싶더라.
병원 갈때마다 들리는 얘기는 그저 어린나이에 어떡하냐는 동정이고
엄마아빠는 내 상태 듣자마자 모든 행동을 내 눈치만 보고 하고
딸 아프다고 신경쓰인다고 가족끼리 가기로 했던 여행도 취소하려하고. 그래도 딸 강하게 마음먹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는 '다른 더 아픈사람들도 많은데 뭐' 라고 말하는 그 한마디한마디도
평소에 춥다고 문닫아달라고 부탁하면 환기시키려하는거라고 절대 안닫던 가족이 그냥 바로바로 서로 달려나가서 닫는 그 광경도
나한텐 너무 버거웠어
신경써줘서 고마웠지만, 아파서 신경써주는거잖아
그 모습들을 볼때마다 내가 지금 비정상인 몸상태라는걸. 내가 이겨내지 못하고있다는걸 되새기게 해주는것만 같아서 너무 힘들었어. 다 포기하고싶었어

초등학생때 학폭당하고 죽으려고 할때 엄마한테 걸리지만 않았으면 이런일은 없었을텐데. 그때 죽었어야하나?
행복하게 해달라고. 건강하게 살게 해달라고. 성공하게 해달라고 빌던 그 소원들보다
중고딩때 입시에 힘들고 친구문제에 힘들때마다 마음속으로 죽고싶다라고 중얼거렸던 그 말들이 하늘에게 더 간절하게 들렸던걸까?

나보다 나쁜사람 많은데 왜? 나 착하게 살았는데 내가 왜?
좀 살아보려고. 행복해지려고 노력하고. 이제서야 사랑이란걸 알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날 아껴주는 사람을 만나서 미래를 그려보고 기대해볼수 있게 희망이란걸 알았는데

왜 지금 내게 뒤통수를 치는건지.
이럴거면 차라리 사랑이든 행복이든 희망이든 알려주지라도 말던가
주위 사람들이 말하는 모든게 희망고문같았고
행복을 느낄때마다 곧 더 크게 다가올 절망이 무서워서 온전히 느끼지도 못했어
내가 언젠가 정말 이상해져버려서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희망고문하지말라고. 화내게 되버릴까봐. 그런 미래가 무서워졌었어

내가 그렇게 되기 전에 모든걸 포기하고싶어지더라
내가 날 포기하고싶었고, 이 고통을. 절망을. 젊다는 이유로 5년에서 7년간 계속 지속치료를 받아야하는데
1년도 안됐는데도 이 정도면 난 버틸 자신이 없었어
사랑하는 애인과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가정도 꾸리고 그렇게 살고싶었고
그 전엔 평범한 사람들처럼 입사고민도 하고 꿈과 미래에 대한 고민도 하고싶었는데
지금 내가 하는고민은, 다른데로 전이됐을까 아닐까에 대한 두려움과 어떻게 해야 살아나가지 라는 고민이야.
죽고싶었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한테서 더 많은 사랑을 받기전에, 내가 상처주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게 지쳐가는 모습을 보고 내가 더 상처입기전에
모든걸 포기하고싶었어

살고싶은데, 이따구로 살고싶진 않더라

이 모든걸 남자친구한테 말하면서 울어버렸어
버틸수가 없었어.
남자친구는 저번주에 그 결과가 나왔다고 내가 나름 그래도 담담한척하고 말하는거에 속상해서 새벽동안 혼자 울었다고 하더라
내가 포기할까봐 무서웠대. 혼자 앓다가 사라질까봐 무서웠대
그랬는데, 이렇게 말해줘서 본인이 나한테 의지되는 사람이라 뿌듯했고 다행이고 말해줘서 고맙다고 하더라

정말 큰 상처를 줘버린걸텐데 나는
내가 말한 이야기들중에 진짜 속상한거 있냐고 계속 물어봐도 하나도 안속상하데
사랑한다고 말해주더라. 같이 이겨나가보자고

나 정말 못된거같더라
내가 힘들다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줘버렸어
근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괜찮다고 하니 걱정돼.

내가 아프다는 이유로. 힘들다는 이유로 아무말도 안하고 버티고있는걸까봐 미안하고 너무 걱정돼

나... 언젠가 남자친구가 나한테 헤어지자고 해도 받아들여야하는거겠지?
근데 그 때가 오면 내가 받아들일 자신이 없을거같아
언젠가 다 나으면. 낫게 된다면 마지막에 올 절망이 남자친구일까봐 두려워
지금 그나마 다시 찾으려고 노력하고있는 행복의 끝이 너무 무서워
이미 희망의 결과가 절망이란걸 mri결과로 몸소 느꼈어서 모든것들이 무서워

나 어떻게 살아나가야할까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
운동해서 건강해지면 건강해지는데로 암세포도 커져
남자친구는 날 어떻게 생각할까
사실 날 포기하고싶은데 내가 너무 힘들어보여서 말 못하고있는건 아닐까

모든게 걱정돼서 미칠거같아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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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숨어있는 자기 1

    자기야. 우리 낫는것에 집중하자. 자기가 건강햐자는게 우선이야. 다른 걱정은 잠시 접어두자. 많이 괴롭고,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지금 당장은 자기가 건강햐지는게 촤우선이니까. 자기가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도 그걸 더 원할거야. 남자친구도 물론이고.

    2024.11.04
  • 달리는 하이에나

    자기가 쓴 글로만 봐선 남친은 자기 사랑하는 것 같아! 다른 걱정은 다 접고 건강회복에 제일 집중하자! 물론 포기하고싶겠지만 조금만 매일 하루만 잘 버텨보자 !!

    2024.11.04
  • 숨어있는 자기 2

    글을 읽으면서 너무 속상해서 울어버렸어. 자기가 겪을 두려움이 가늠되질 않아서 너무 마음이 아파. 내가 가장 힘들 때에 사랑하는 사람이 내 곁에 있으면 고맙기도 하지만, 미안해지기 속상해지기도 하지. 나도 그런 적 있어. 난 내 연인이 힘들 때 그 옆에 있었던 사람이야. 어떻게 보면 자기의 남친 포지션이 나였어. 근데 난 상대에게 원망도 미움도 느끼지 않았었어. 그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얼마나 힘들지 걱정되고 하루하루 사랑을 전하기에 바빴어. 그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오늘 하루 맛있는 걸 먹고 행복하기만 바라게 됐었어. 아마 자기 남자친구도 이렇게 생각할거야. 자기 외에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려 하지 말아봐. 자기 자신에게 더 신경쓸 수 있게 된다면 조금이라도 마음에 여유가 생길거야. 그럼 그때 주변인을 돌봐도 충분해. 어렵겠지만 꼭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해.

    2024.11.07
  • 숨어있는 자기 3

    자기야, 남친 진짜 좋은 사람이었던거 같은데... 너무 절망스러워서 그런거 그 사람도 알지 않을까? 일단 가장 중요한건 자기 몸과 맘의 여유야ㅜㅜ 얼마나 아프고 힘들까... 암이라는 고통은 정말 상상이 전혀 안돼. 그치만 자기 죽고싶은 거 아니라는거 하나는 꼭 알아두자. 살고싶잖아, 너무너무 건강하게 잘 살고 싶잖아

    2024.11.09
    • 숨어있는 자기 3

      자기 아직 진짜로 잃은거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자. 아프고 매일매일 너무 괴롭겠지만 옆에서 든든하게 자기 아껴주는 사람도, 걱정해주는 사람도 있고 위로해주는 사람도 있을거고 이렇게 서로 볼 순 없지만 응원하는 사람도 많을거야. 치료하자. 꼭 낫고 진짜 행복하게 살자 ㅜㅜ 마음 편히 먹어. 힘내줘!

      2024.11.09
  • 아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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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