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난 남자친구한테 헤어지자고 해야할 지 고민하고 있어
연애 고민글 한번도 올린적 없는데 어디 말할 데도 없어서.. 두서없이 긴 글이지만 읽고 조언이나 생각을 공유해주면 정말 고마울 거 같아!!
일단 나는 20대 극후반이고 남친은 20대 후반 연하야. 나랑 남친 둘다 사회진출이 늦어져서 서로 스스로 모은 돈은 거의 없는 상태
남친이랑은 싸운 적도 거의 없고 취향도 잘 맞고 대화도 잘 통해. 생활패턴이 좀 다르긴 한데 그거 하나만 빼면 같이 있으면 그냥 분식집가서 김밥먹거나 별 거 아닌거 해도 너무 재미있고
그런데 나는 헤어지고 앞으로 평생 연애 자체를 하지않으려고 생각중이야.
이미 나는 (김칫국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남친이 워낙 진중한 성격이고 슬슬 결혼을 고민할 나이라고 생각해서 연애 초반에 내가 결혼 생각이 없다는 말을 몇 번 한 적이 있어.
결혼생각이 없는 개인적 이유는 혼자 지내는 방식이 나한테 맞기도 하고, 자녀 계획을 한번도 가져본 적 없어서.. 그냥 단 한번도 결혼을 하고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는 것 같아.
사실 내 부모님은 내가 어릴 때 이혼을 하셨고 나는 한부모가정에서 국가지원 받으면서 가난한 유년기를 보냈는데 어릴 때부터 싸우는 부모님 사이에서 눈치를 많이 보고 살았어. 그걸로 스트레스 받아서 혼자 남몰래 운적도 많고.. 그런 영향이 있어서인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 가정상황은 그래.
그리고 내가 사회 진출이 늦었다보니 지금까지 남들 다 가는 가까운 해외여행 한번도 못가보고 친구들끼리 가는 국내여행도 돈 쪼들려가면서 딱 한번밖에 못가봤어.. 이제 돈 벌기 시작했는데 남들은 이기적이라 할 수 있지만, 자식 낳으려면 난 몇 년 안에 결혼해서 낳을 나이인데 나 하고싶은거 하나도 못해보고 조만간 육아에 나를 희생할 용기도 없고, 아직 낳지도 않은 애 키우는 데 들어갈 돈으로 지금이라도 가끔 내가 사고싶은거 사보고 가고싶은데도 가보고싶고
외부적인 이유는 우리집은 지금 가끔 배달음식 시켜먹고 뭐 추우면 보일러도 틀고 그런 정도는 살고 있지만 여전히 여유는 없어. 돈이 없는거지..
난 어릴때부터 내가 돈벌이 할 때 되면 우리 엄마 평생 곰팡이 피는 집 전세살이 전전하면서 자가집 갖고싶어했었는데 작은 집이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집대출금도 좀 보태줘야지 뭐 이런 생각 많이 했던 거 같아.
평생 차도 없이 살아서 우리 엄마 고생만 하고 가족여행 한번 못가보고.. 남들 대형마트가서 편하게 장본거 차에 실어서 집갈 때 나는 엄마랑 짐보따리 가득 싸들고 버스 타고 힘들게 집갈 때, 돈 모아서 차끌고 엄마 여행도 시켜주고 편하게 마트도 가야지 뭐 이런 생각??
그리고 나 어릴때 조부모님이 키워주셨는데 부모님과 조부모님은 내가 어릴때부터 감정의 골이 깊어져서.. 거의 절연했어. 자식이 연을 끊었으니 연로하고 아픈 몸으로 지금까지 일하고 계시고 여행 한번 못가보셨고 솔직히 나중에 조부모님께 효도하고 부양하는것도 내 몫이라 생각하고 있어.
이런 상황인데 결혼 생각이 설령 있다고 해도.. 결혼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내가 20대 초반부터 어디 빨리 자리잡고 돈이라도 많이 모아놨으면 모르겠는데 그런 것도 아니고. 그래서 결혼같은거 고민도 해본 적 없어.
남친은 내 가정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어. 단지 연애 초반에 내가 결혼 생각 없다는 말만 들었지.
좀 웃기지만 사실 만나기 전부터 대놓고 물어보긴 했었어 나 결혼생각 없는데 연애해도 괜찮겠냐고..ㅋㅋㅋ
남친이 이제 막 잘 만나는데 결혼 생각 없다고 바로 헤어지는 것도 그렇지 않냐고 했고 나도 동의해서 지금까지 잘 만나온건데...
남친이 요즘들어선 가끔 결혼 얘기를 해. 나중에 자금을 어느정도 모아서 결혼할 생각이 있고, 자녀도 한명 낳아서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그냥 생각없이 말하는게 아니라 꽤 구체적으로?? 내가 초반에 했던 얘기는 까먹은건지, 내 생각이 바뀌었다고 느끼는건진 모르겠지만..
그래서 내 경제적 상황은 자세히 말 안하고 나는 결혼할 경제적 여유가 없다고 하니까.. 말 그대로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는 것 같더라고. 그냥 종종 부모님 용돈 조금씩 드리면 되는거 아니냐 그런건 같이 상의해서 부모님 몫 챙겨드리면 된다 하더라. 난 가끔 용돈 드리는 그 정도가 아닌데.. 다달이 생활비도 보태드려야하고... 그리고 과연 내 부모님 보태드리는 걸 앞으로도 계속 좋은 마음으로 용인해줄까? 난 아니라고 생각해서
남친이 그런 반응인 것도 이해는 가. 남친은 어머니 일한적이 없으시고 매일 아침에 헬스하시면서 몸 가꾸시고 일년에 여러번 가족여행가고 한두번은 해외여행도 가고.. 학생 때 나처럼 등록금 못낼까봐 전전긍긍해본적도 없대. 남친은 돈벌면 다 본인 저축에만 쓰면 된대. 내 형편정도를 겪어본 적이 없으니까 모르는거지. 지금 떠올려보니까 그런 얘기 들을 때마다 막연하게 부럽다가도 매일 돈버느라 고생하는 엄마 모습 생각나서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그랬었네
이번에 명절 지내느라 친척들 뵙잖아? 부모님 조부모님 친척들 다 내가 이제 결혼하기를 바라셔. 결혼 생각 없다니까 그 윗세대에서 비혼 여자를 바라보는 전형적인 부정적인 시선 딱 그렇게 날 보시더라고. 남의 속도 모르고.. 근데 내가 결혼 못할것 같다고 이런얘기 늘어놓으면 괜히 나 키워주신 분들 가슴에 비수박는거같아서 아무 말도 못하고.. 그와중에 지금 남친 생각하면 또 골아프고..ㅋㅋㅋ
나도 이번 연애하면서 만약에 정말 만약에 결혼한다면 지금 남친같은 사람이랑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해봤어. 근데 내 상황을 아니까 마음이 빠르게 식더라.
내가 편협한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
결혼하면 결혼 자금은 어떻게 충당할거고, 자녀는 무슨 돈으로 키우고.. 뭐 할라면야 못하진 않겠지만 부모님 조부모님 노후자금에 보태드릴 수 있는 돈을 결혼 자금에 붓고, 한 푼이라도 용돈 드릴 수 있는거 자녀 양육비에 쓰고.. 그렇게 되지 않을까? 두 개를 양립해서 다 할 수 있는걸까? 그럼 내 인생은..? 솔직히 어떻게 살든 내 미래가 행복할거란 기대는 없지만 그래도 부모님 챙겨드리면 마음은 편할거같달까
요새 고민이 많아져서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남친이랑은 지금도 잘 지내지만 이따금씩 마음이 불편해지고 남친 시간을 뺏고 있는 거 같아서 죄책감이 들어.
지금 잘 지내고 있는데 뜬금없이 솔직하게 내 상황 다 까고 헤어지자고 해야하는건지, 솔직히 이런 내 상황 밝히고 싶지 않은데..... 그리고 남친 + 남친이랑 나랑 서로 같이 아는 사람들과도 사정상 최소 1년은 더 계속 마주치고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서 헤어지자고 하기 부담스러운 것도 있어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 게 현명한걸까? 처음부터 만나질 말았어야 했다는 후회만 계속 드네. 나이 좀 있어도 이런 걸로는 경험이 없으니까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두서없는 글 읽어줘서 고마워.
일단 남친하고 상의를 햇으면 좋겠다 남친 입장에선 나를 그만큼 사랑하진 않는다는건가? 하고 슬플거 같아 결혼 생각이 있는 남친이라면 날잡고 자기 상황을 오픈부터 하고 남친의 의사를 들어줘
역시 그렇게 하는게 맞는걸까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생각해볼게 조언해줘서 정말 고마워 좋은 하루 보내!
부모님보다는 자기의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어 자기의 행복이 결국 부모님의 행복이라는 생각으로..
내 행복이 뭐였는지 언제부턴간 생각해본적이 없네.. 좋은 질문 남겨줘서 고마워. 찬찬히 생각해볼게
지금은 아직 젊으니까 부모님을 "위해.."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할 수 있겠지만 몇 년 몇 십년이 지나고 나면 부모님을 "위해서" 해왔던 것이 부모님 "때문에" 내가 뭘 못했는지 원망하고 후회하는 때가 올 수도 있어 그때 부모님 때문에 내가 뭘 못했는지를 생각하면 이미 많이 늦어... 부모님의 경제적 상황과 자기의 경제적 상황을 분리해서 생각해보기도 하고, 다방면으로 멀리 바라보고 잘 생각해봐.. 지금 부모님을 챙겨드리면 당장은 마음이 편하겠지만 그걸 나중에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미래에 더 행복할 선택지가 뭔지는 자기 스스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
응 고민해볼게. 사실 자기가 말해준 우려도 고려 안했던건 아니지만, 내 기준에 행복할 미래는 애초에 그려본 적이 없어서.. 그래서 늘 마음에 걸리는 부모님 보탬이라도 되어드리면 보람있다 생각했고 그렇게 살려고 했어. 내 주변 상황이 아니라 내가 행복할 선택을 해보라는 말을 자기들한테 처음 듣고 많은 생각이 드네. 그 선택이 가정을 꾸리는 일이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 그래도 지금 내 형편에 갇혀있지 않고 여러 방면으로 생각해볼게. 좋은 조언 고마워.
나도 남친이랑 다 터놓고 얘기를 해보는 게 우선인거 같아. 헤어지더라도 왜인지 확실히 서로 아는 게 그래도 일년 잘 사귄 남친에 대한 예의?일 거 같기도 하고! 자기 집 사정 터놓기 싫은건 이해가 가지만 또 남친한테만큼은 말해줘야 하지 않을까. 남친이 싫거나 안 맞아서 헤어지고 싶은게 아니니까!
응 얘기해보려고 했지만 끝까지 이성적으로 잘 설명할 수 있을까 자신도 없고 첫 입을 떼기가 영 힘들더라구.. 그래서 혼자 고민만 쌓여갔던거같아. 조만간 미래 얘기를 하게 되는 상황이 오면 용기내서 얘기해볼게 응원해줘서 고마워!
나도 한부모+수급자인데 왜 부모님 노후를 자기가 책임지려고 하는지 모르겠어. 여행한번 못간거 주거 열악한거 부모님 인생이잖아,, 제약 두지 말고 자기 인생 원하는대로 살면서 여유되는만큼 도와드려. 가난한 집에서 자라서 갑자기 대박나지않는 이상 부모님까지 돌보면서 살 수 없어 현실적으로 생각해
나도 언제부터 그랬는지 모르겠어. 나를 낳아 기른 건 부모님 선택인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나 키우느라 고생하신거나 가난한 형편에 들어간 돈이나 그런 걸생각하면 항상 마음이 너무 불편했어.. 그래서 부모님이 그때보단 편히 살 수있게하고 싶다는 마 음이 내 인생 목표로 자리잡은거같아. 이제와서 원하는대로 살자니 내가 원하던 삶이 뭐였는지도 모르겠네.. 현실적으로 말해줘서 고마워! 시간을 두고생각해볼게.
한국 복지 되게 잘돼있는데 안찾아보면 못받아 주민센터가서 상담 받아보는거어때? 인터넷에서 지원받을수있는 거 있는지 찾아보고 요즘 청년정책으로 지원해주는거 되게 많아 가난의 최대 단점은 더 나은 삶을 꿈꾸지 못하게 하는거인거 같아 진짜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마인드부터 바꿔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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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자기야, 나도 자기 글 읽으면서 위에 자기3이랑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 나도 이혼가정인데다 지금 양쪽 부모님 다 변변한 벌이가 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특히 엄마쪽 노후가 무지 걱정되는 상태인 30대야..그래서 나도 연애하다가고 한번씩 엄마의 노후를 생각하면 숨이 턱 막힐때도 있지만, 내가 성실하게 반듯하게 잘 살아가다보면 그또한 어찌 저찌 잘 넘어가질 수 있을거란 희망하나 가지고 다시 또 걱정들은 잊고 현실에 충실해져서 열심히 살아지더라구. 나도 어릴때 부모님의 싸움을 정말 자주 목격하고 들어서 정말 내가 먼저 생을 마감하고 싶단 생각이 들정도로 우울감에 빠져 살았던 때도 있었지만, 나는 희한하게 오히려 예쁜 가정을 이루고 오손도손하게 살아보고싶단 꿈이 생기더라구!
이처럼 난 나의 희생 포인트는 ‘미래의 내가정’에 둔거고 자기는 자기의 희생 포인트를 어머님께 두고 살고 있는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넹! 나중에 세월이 지나 더 많은 시간이 흘렀을때 정말 후회가 적을만한 선택은 무엇일까? 지금의 남자친구에게도 솔직하게 털어놓고 같이 고민을 해보았음 좋겠어!
얘기 공유해줘서 고마워. 자기도 나랑 비슷한 시기를 경험했고 지금도 고민하고 있구나. 자기도 힘들었을텐데 극복하고 새 가정을 꾸릴 용기를 내다니 대단한 것 같아.. 자기 글을 읽다보면 나는 어쩌면 옛날에 갇혀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에 내가 후회하지 않을 희생포인트를 고르라 하면 어머니가 맞기도 해. 원래 지금 남친을 만나기 전까진 가정을 꾸릴 생각 자체가 없었어서 그런가 내 오랜 가치관을 내려두고 결혼을 고민한다는 자체가 나한텐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 나한텐 애초에 선택권이 없는 거나 다름없다 생각했거든.. 그래도 자기들이 의미있는 얘기를 많이 해줘서 마음을 조금 열어놓고 남친이랑도 상의해볼게. 용기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