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이라는 단어가 그렇게 거부감 든다면...
정신 차려... 님들 여자예요 사회적 약자입니다.
여성을 차별하는 (절대 도덕적으로 무결하지 않은) 사회에 살고 있으면서, 자기 스스로에 대한 도덕적 기준만 한없이 높은 건 진짜 안타까운 일임...

그래 모두가 도덕적이면 좋지 그건 맞음. 근데 애초에 그 '도덕적'이라는 기준, '극단적'이라는 기준을 세우는 건 누구인지 생각해보자고. 도덕이라는 건 문화마다 다르고 언어마다 나라마다 다름... 단순히 우리나라에 사니까 우리나라 법을 따르는거야? 우리나라가 여성차별하면 네 차별하세요~할거야?

쉬운 예를 들어줄게. 예전에는 여자가 집 밖에 나도는 것 자체가 부도덕한 일이었어. 왜? 여자가 없으면 남편 밥 애기 밥은 누가 차려줘. 그 여자는 자기 가족을 안 돌보고 버려놓고 학대하는 아주 미친년이 되었단 말이지. 그때 여성운동은 도덕적이라는 평가를 들었을 것 같아? 아니 전혀. 놀랍게도 당시 남자들은 다 페미니스트들의 '도덕성'을 가장 먼저 공격했어. 여성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 그 여성 때문에 가족들이 전부 고통받고 사회가 무너진다, 그 여성의 가족들은 무슨 죄냐. 이런 식으로. 그때는 그게 당연한 사회였으니까. 아물론 욕만 먹지는 않았고, 이혼을 당하고, 아내로서의 의무를 하지 않았다고 감옥에 가서 전과자가 되고, 남편으로부터 매일 폭행을 당해도 절대로 유죄인정이 나지 않고, 결혼을 안 하면 평범한 여자가 돈을 벌어 혼자 먹고살 방도도 없고... 그런 상황이었어. 이런건 학교에서 안 가르쳐주지만.

지금이라고 다 해결된 것일까? 원래 시스템의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잘 몰라. 그냥 그러고 사는거니까. 당연한거니까. 그게 무서운거야.

이게 당연한거 아니냐는 말. 여자들은 여혐으로 죽어나가도, 사회에서 차별받아도, 한남거리는 미러링은 '당연히' 잘못됐고 그런 여자들은 인정 안 하겠다는 ㅋㅋㅋㅋ 그런 생각... 한번 잘 생각해보길 바라. 여자들이 들 수 있는 무기는 대체 뭐가 있지?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장애인들이 그렇게 시위를 하는 이유가 뭐겠어? (폭력시위조차 아닌데 엄청나게 욕먹었지?)

약자에게는 무기가 없어. 약자는 힘도 없고, (사회에서 도덕적으로 부합하게) 쓸 수 있는 전략도 없어. 아무리 외쳐도 아무리 단식해도, 아무도 듣지 않지. 약자가 그나마 사회를 바꿀 수 있는 방법? 당연히 그 사회의 도덕규범 바깥에 있어. (물론 그렇다해도 '범죄'가 아닌 선에서 운동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착해..^^) 그럴 수밖에 없어. 사회가 그들의 말을 듣게 만들어지지 않았거든.

다시 한번 위의 예를 보자. 저 시절에 나도 일하고 싶다, 나도 재산권을 가지고 싶다(남편에 종속된 소유물이 아닌), 나도 참정권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한 여자들조차 소수였어. 그런데 그 소수들이 그 도덕적 규범 안에서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행동은 뭐였을까? 아마 '남편에게 부탁하기', '나는 그럴 수 없지만 딸을 그렇게 키우기(온갖 비난을 감수해야 하겠지만)' 정도 아니겠어? 오 남편이 동의하지 않으면 저항 끝이네? 참고로 포스터 만들어 길거리에 붙이는 건 극단적이라고 욕먹기 때문에 숨어서 해야했음. 안 그러면 남성들에게 테러당하기 때문에... 지금도 맥락은 같아. 남자들이 만든 남성중심적 세계에서, 여자들의 말은 듣지 않게 만들어진 세계에서, 여자들이 그 세계의 규범에 맞게 자기 말을 들어달라고 아무리 외쳐봤자 "남자들이 관심 가져주고 도와주지 않는 이상" 아무 효력이 없다는 거야. ㅋㅋㅋ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