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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는 자기2024.08.18

첫 연애썰 (3)

산책하기로 한 날 추적추적 비가 내렸어. 여우비 내리는 밤 데이트? 완전 오히려 좋아... 나는 지인들이랑 밥을 먹고 선배한테 산책 언제 할 생각인지 물어봤지. 근데 비가 내려서 나가기 귀찮았는지 상황보다가 비 그치면 보자는 거야. 밥 먹고 나오니까 비가 그쳐서 2차 가자는 거 마다하고 선배한테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를 받지 않았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지인들이 있는 술집으로 가고 그렇게 기대했던 산책 데이트가 허무하게 취소됐어. 다음날 바쁜 일이 생겨서 전화를 못받았다는 카톡에 울화가 치밀었지만, 곧 있을 동아리 모임에서 볼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면서 화나는 감정을 밀어넣었어. 원래 술을 안 마셔서 회식 참여 안하는데, 기꺼이 참여하겠다고 해줬거든.

동아리 모임을 하던 날, 선배는 늦게 참석했어. 하지만 회식은 갑자기 안 가버린다고 했지. 그 말을 듣는 순간, 약간 골치가 아팠다구 해야하나. 선배랑 같이 술자리를 가진다는 거에 엄청 큰 기대를 두고있었는데 순식간에 그 기대가 와르르 무너졌어. 결국 선배없는 회식이 시작됐고, 심지어 나만 빼고 다 남자부원이라 술 취하면 감당을 할 자신이 없어서(머리가 아프기도 했고) 회장인 나는 부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양해를 구하고 그냥 자리를 떴어. 친구들이 있는 술자리를 가서 나한테 마음이 없는 것 같으니까 이제 정리하겠다고 했어. 두 번이나 바람맞은 느낌은 참을 수 없이 비참했어.

근데 그렇게 말하던 순간.... 선배한테 전화가 왔어. 엄청 급한 목소리로 어디냐고 물어보는 거야. 알고보니 선배는 술자리에 아이스크림 돌리려고 회식 장소로 왔었는데 내가 없어서 그냥 돌아나왔대. 내가 다른 술집에 있다고 하니까 아이스크림 사갈까? 몇명이야? 라고 물어봤는데 좀 사다달라고 심부름 시키는 느낌이라서 거절했어. 그랬더니 친구들이 엄청 역정냄ㅋㅋㅋ 사달라고 부탁해서 얼굴 한 번이라도 더 볼 생각을 해야지!!! 라면서... 애들이 빨리 카톡으로 이따 산책이라도 하자고 보내라고 해서 산책하자고 하고 선배도 시간 된다고 해서 술자리에서 나오고 선배를 만났어. 이 날은 그냥 좀 더 딥한 얘기 나눴던 것 같다. 학창시절엔 어땠는지, 어릴 적 꿈은 뭐였는지, 무슨 순간에 우울하고 힘들었는지... 이런 거.

아무튼 산책하고 돌아와서 늘 그렇듯 잘 들어갔냐고 카톡을 보내려는...데! 뭔가 오늘은 평소처럼 잘 들어갔냐고 물어보기보다 색다르게 말하고 싶은 거야. 그래서 처음으로 "잘자요 선배"라고 보냈지. 근데 진짜 파국은 여기서부터였어. 원래대로라면 바로 몇 분뒤에 선배도 기숙사 잘 들어갔다고 연락이 왔을텐데 아무리 기다려도 답장이 안오는거야... 그러니까 계속 내가 산책할 때 뭔가 말 실수를 했나? 너무 자주봐서 내가 시시해졌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꽉 메우면서 우울해졌어.

답답한 마음을 정리할 겸 산책을 하고 기숙사로 올라오던 길에 익숙한 뒷모습이 보이는 거야. 당연 선배였지. 그래서 말을 걸까 말까 속으로 1000번 고민하다가 어깨를 톡톡 두드리면서 선배를 불렀어. 보고싶었던 마음에 자존심도 버리고 스몰토크를 내가 막 주도했는데 선배는 되게 피곤한 눈치인 거야. 그래서 주눅들고 나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그냥 느껴졌어. 심지어 기숙사까지 다 올라와서는, 선배가 "뭐... 데려다줘?"라고 하는데 귀찮아하는 모습에 심술이 나서 그냥 혼자 가겠다고 말했어.(지금 물어보면 이때 과제가 많아서 피곤했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열받아...ㅜㅜ)

그 다음날 선배한테 바빠서 답장하는 걸 까먹었다고 연락이 왔어. 3일만에. 치.... 그래도 좀처럼 좋아하는 마음은 사그라들지 않더라. 친구들은 나 가지고 노는 거라고 그냥 포기하라고 했는데 그냥 끝장을 보고싶었어. 과제 많은 선배가 요즘 가장 많이 간다는 도서관에 다음날 6시에 같이 가자고 얘기해봤지. 알겠다고 했는데... 약속한 날이 되고, 또 못갈 것 같다고 연락이 왔어. 황당하고 밉고 열이 뻗쳐서 나도 시험 공부해야하는데 집중이 도저히 안되길래 공부 접고 친구들이랑 술을 마셨어. 좀 지나서 10시쯤에 도서관이야?라고 카톡이 왔는데 할 일 끝나고 올 거였나봐. 근데 내가 술 마시고 있으니까 또...ㅋ 못만났어.

난 이 시기 내 마음을 감당할 수가 없었어. 상대방이 밀어내는데도 내 마음은 자꾸만 커져서 주체를 못할 것 같았어. 결국 고백을 하기로 결심해. 새벽 한시에....ㅋ 선배한테 주무시냐고 카톡을 보냈는데 이와중에 너무 실례인 것 같은거야!(선배는 원래 12시쯤에 자) 그래서 바로 지웠는데 잉? 바로 읽어서 당황... 일단은 침착하게 내일 만날 수 있냐고 물어봤어. 근데 자꾸 선배가 이유를 묻는거야!!! 그래서 동아리 관련 일때문에 그렇다고 뻥쳤지... 그랬더니 "그거 때문에 이 시간에?"라고 말해서 진짜 죽고싶었어ㅜ

다음날 약속장소에 10분 일찍 도착해서 든 생각.... '내가 이렇게 이기적으로 행동해도 되나?'였어. 선배는 졸업학년이고 지금 학교생활 중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보내는 걸 수도 있는데 내가 그 상황이 아니라고 이렇게 멋대로 선배의 인생을 헤집어도 되나? 애초에 사귄다고 해도 내가 짐이 되지는 않을까? 싶어서 만나기 10분 전에 고백하려던 마음을 접었어. 그리고 선배를 만나서는 1시간동안 동아리 얘기만 했지. 선배는 끝까지 "진짜 이거 때문에 불렀어? 진짜?"라고 말하면서 갈 길 갔고ㅋㅋㅋ 고백할 거라고 예상을 한 것 같아.

고백도 안했는데 마음이 후련해졌어! 선배를 잊을 수 있을 것 같단 자신감이 생겼어. 마침 주말동안 본가로 내려가서 작년까지 짝사랑하던 남자애(나보다 한 살 어려.)를 만나기로 해서 그냥 이제 선배는 동아리사람1로 볼 수 있을 줄 알았지. 알았는데.... 본가 내려가서 전 짝사랑 상대를 비롯한 동생들이랑 만나서 놀고 있는데 선배한테서 연락이 온 거야. 본가냐고. 0.01그램의 미련이 선배에게 답장을 보냈어. 본가 내려와서 후배들 밥 사주고 있다고 했는데... 갑자기 "뭐야 선배미 보여주는 거야?"라고 하는 거야. 근데 이제 뭐 이런 말해도 별로 설레는 것 같지 않아서 나도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죠^^*"라고 받아쳤더니(난 안 좋아하는 사람한텐 장난 잘 치거든...) 갑자기 "ㅋㅋㅋㅋㅋㅋㅋㅋ귀엽네" 라고 하는 거야!!!!!!! 나 남자한테 귀엽다는 말 처음 들어봐!!!!!!!!!!!!!!!! 순간 머리가 띵해졌고 다시........ 내 마음에 불을 지폈지. 짝사랑 연하는 눈에 보이지도 않았어.


이번 편은 좀 고구마였어... 내겐 너무 힘든 시간이라 적을 때 넘 고통스러웠지만 다음 편이! 마지막 편인데 진짜 도파민 파티니까 기다려줘 자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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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1

    헙 숨 참고 봤잖아 빨리 다음편 ㅠㅠㅠ

    2024.08.19좋아요1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글쓴이

    ㅋㅋㅋㅋ다음 편 올렸어! 재밌게 봐줘서 고마워🥰

    2024.08.20좋아요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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