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연애썰 (2)

대망의 야구 직관하는 날! 낮 시간대에 선배랑 단둘이 있으려니까 어색해서 버스에서 미적지근한 대화를 나누면서 구장으로 이동했어. 경기장에 도착해서 짐 풀고, 먹거리를 사기 위해 줄을 섰어. 근데 선배가 깜빡하구 짐 풀때 지갑을 안가져와서 내 카드로 다 결제하게 됐어. 선배가 완전 안절부절하면서 계좌 꼭 보내달라고 하는데, 선배가 과제하면서 밥이랑 뒷풀이 비용 다 냈거든. 그래서 그냥 됐다구 내가 내겠다고 했는데 계속 보내달라고 보채서 그럼 더치페이하자고 하며 계좌 보냈는데 자기가 다 냄...

경기를 보는데 선배는 야구장 처음 왔고 나는 어릴 때부터 자주 왔었단 말이야. 그래서 선수들 응원가를 다 알아서 따라불렀는데(이미지 메이킹이고 뭐고 없어.... 응원 열심히 해서 이기는 게 중요함ㅋ) 선배는 옆에서 그냥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 경기 5회쯤 되니까 쭈뼛쭈뼛 응원가 따라부르는 게 너무 귀여웠어.... 아무튼 그러다가 우리가 응원하는 팀이 역전홈런을 날려서 다같이 어깨동무하면서 응원가를 떼창하는 시간이 왔는데 우리 둘다 마주보고 눈치보다가 선배가 내 어깨에 먼저 팔을 둘러서 어깨동무를 했어. 솔직히 어깨동무 풀 때 아쉬웠다ㅋㅋㅋ

결국 경기는 졌는데, 지니까 둘다 기분 안좋아져서 아무말없이 버스탐ㅋㅋㅋㅋ 둘다 야구에 진심이야. 그러다가 내가 너무 피곤해서 눈을 붙였는데 내가 완전 헤드뱅잉을 하면서 잤나봐. 막 중간에 덜컹!거려서 깨기도 하고... 아무튼 그렇게 요란하게 자고 있었는데 선배가 내 머리를 자기 한 쪽 어깨로 끌어당겨서 기대게 하니까 순간 확 잠이 깼어. 너무 심장이 빠르게 뛰고 당황했는데 뭔가 진짜 극락간 기분이라서 그냥 자는 척하고 가만히 있었어. 내 심장소리가 들릴까 노심초사하면서.... 10-20분 지났을까? 학교에 도착했어. 선배가 꿀 발라 놓은 듯한 목소리로 "oo아, 일어나. 도착했어."라고 말해주는데 진짜 설레서 죽을 뻔.... 다리는 설레서 후들거리는데 자다 일어난 척 연기하느라고 혼났다 정말


그리고 그 다음날이 바로 영화보는 날^^... 야구 보러갈 때는 좀 스포티하게 입고 갔는데 이 날은 짧은 청바지에 시스루 상의를 입고 갔어. 내 인생에서 처음 입는... 약속 장소에서 내 모습을 본 선배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더라. 여전히 엄청 어색했고, 영화관 가는 버스는 공공장소라서 대화 한마디도 못한 채로 어색하게 영화관에 입장했어. 팝콘이랑 나쵸를 시켰는데, 나쵸 상자는 조립을 해야 되거든? 근데 이게 어떻게 하는지 둘다 잘 몰라서 낑낑 헤매다가 처음으로 손이 닿았어 나이스^^ 그리고 영화볼 때 팔걸이에 선배가 팔을 올렸길래 조심스럽게 나도 팔을 올려서 팔이 닿았는데 선배가 안 피하길래 상영하는 내내 팔을 맞대면서 봤어. 내 나름대로 엄청난 플러팅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시간이 늦어서 곧바로 학교로 향했는데 선배가 배가 고프대서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같은 거 사고 정자에서 앉아서 얘길 나눴어. 사실 우리는 연애 관련 얘기를 단둘이서 한 번도 안 나눠봤거든? 이 주제를 꺼내야 관계가 진전이 될 것 같은데 선배가 한 번도 안 꺼내는 거야. 내가 그래서 용기를 내고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던 중에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라고 운을 뗐어. 연애 많이 해봤냐고 물어보려고. 선배는 말해보라고 했는데 막상 말하기가 너무 창피한 거야. 한참(한 2분?) 못말하다가 선배가 "뭐야, 물어볼 질문도 안 정하고 물어봐도 되냐고 한 거야?"라고 농담해서 결국 "콩...콩국수에 설탕 넣어드세요, 소금 넣어드세요?" 라고 함. 이거 아직도 내 친구들 웃음벨이야... 반전은 선배는 콩국수를 안 좋아했다는 점...ㅋㅋㅋㅋㅋ

콩국수 갑론을박을 한창 펼치고 나서 진짜 숨을 가다듬고 물어봤어. 연애 많이 해봤냐구. 선배가 갑자기 목소리 깔면서(ㅋㅋ) 두 번정도 사귀긴 했는데, 다 오래 못갔다고 말했어. 선배는 이미 나 연애경험 없는 걸 알아서 연애하면 해보고 싶은 거 있냐고, 또 이상형을 예전에 물어보고 또 물어봄... 선배가 연애 질문 더 물어봤었는데 기억이 안나네. 아무튼 어색한 분위기는 걷히고 엄청 재밌게 얘기했어. 그러다가 기숙사 통금 1분 전이라서 엄청 뛰어가고... 이와중에 나부터 데려다줌ㅋㅋㅋㅋ 카톡으로 잘들어갔냐는 안부를 묻고, 선배는 또 내일 저녁에 밥 먹고 같이 산책하자고 했어. 산책 한 번 하자고 했을 뿐인데 도파민이 싹 퍼지면서 산책할 때 입을 옷을 기분 좋게 골랐지.

하지만 그 산책 약속부터 우리 관계는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지. 이 이야기는 내일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