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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는 자기2024.08.16

첫 연애썰 (1)

그냥 심심해서 적어본다...ㅎㅎㅎ 고3때까지 모솔이었는데 올해부터 사귄 남자친구와의 타임라인을 정리해볼까 싶어서 이렇게 적어봐 재밌게 봐줬으면 좋겠다.

교양 수업이 영상과제 팀플인데 아는 사람이 없어서 전부 타과생에 남자로 구성된 팀에 들어가게 됐어. 나는 연애보다는 과제가 더 중요해서 그런 팀원들이랑 친해지기 보다는 빨리 빨리 내 할일 마치고 일어나곤 했어. 영상 기획 단계까지는...
이제 촬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나는 평소처럼 그냥 시큰둥하게 있었어. 근데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총감독인 4학년 선배를 힐긋 봤는데, 카메라를 들고 있는 팔의 핏줄과 부스스한 머리, 무심한 표정이 훅 눈에 밟히는 거야. 아 진짜 섹시했어 뭔가.... 놀란 마음에 거진 10초동안 응시했던 것 같아.
하지만 아무래도 나는 연애경험 0에 심각한 눈새, 쑥맥이었고, 게다가 그 사람이 25살이었기 때문에 너무 나이 차이가 많게 느껴져서 플러팅할 엄두는 죽어도 나지 않았어. 그래서 맨날 우스갯소리로 친구들한테 "우리 감독님 진짜 잘생겼어 근데 연애감정은 절대 아니고 그냥 연예인 보는 느낌이야! 감독님 얼굴이 복지야!"라고 하면서 좋아하는 마음을 외면했지.

이건 좀 말하기 민망한 일이지만...ㅎㅎ 그 이후 팀플 밖에서 만난 적이 한번 있었어. 내가 노래 부르는 행사에 나간 날이었어. 딱 참가자 대기석에 앉는 순간 건물에서 나오는 선배랑 눈이 마주쳤는데, 선배가 옆에 있던 친구한테 먼저 가라고 손짓하고 나한테 다가오는 거야. 하지만 아무리 잘생긴 선배라고 할지라도... 잠깐 설렜다할지라도.... 친하지 않는데 인사하는 게 너무 불편한 거야. 심지어 곧 노래 부를 건데!!! 그래서 필사적으로 뒤돌아보고 못본 척했어. 선배가 굴하지 않고 내 옆자리에 앉더니 "여기서 뭐해요?"라고 물어봤어. "나는 선배였어요?"...라며 몹쓸 모르쇠를 시전한 다음, 노래부르려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대답했지. 이러고 그냥 화이팅~해주고 지나갈 줄 알았는데.... 갑자기 자기가 영상을 찍어주겠대ㅋㅋㅋ 그래서 아 예옙.. 그러십셔..(왕불편) 하면서 맡겼어. 이내 정적이 흐르다가 갑자기 지나가던 팀원 한분이 오셔서 "둘이 왜 같이 있냐, 벌써 그런 사이냐"고 농담하다가 결국 선배랑 둘이서 나 노래부르는 거 둘이 나란히 같이 찍음ㅋㅋㅋ 어쨌든 나 다 부르고 와서는 나보고 이선희 같다고 잘했다고 그랬어ㅋㅋㅋㅋㅋ

과제는 삽시간에 마무리 됐어. 아쉽게. 어쨌든 마지막 촬영날 치킨집에서 뒷풀이를 했어. 근데 뭔가 묘하게 느껴지는 거 있잖아. 좀 도끼병 같지만 말해볼게. 일단 식당 일자형 소파는 엉덩이만 들어서 번거롭지 않게 자리 옮길 수 있잖아. 근데 내가 먼저 앉은 자리 맞은편에 앉아서는 따라들어오는 팀원 두명이 돌아앉게 했어. 그리고 다른 팀원이 뭐 챙기러 갔을 때는 안 따라갔는데 내가 챙기러 갔을 때는 동행해서 거들어주기도 하고. 마지막으로 기숙사 사는 사람들끼리 올라갈 때(그 선배, 1학년 남자애, 나) 1학년 남자애한테 연애 안하냐고 운을 떼면서 나한테도 남자친구 있냐고, 이상형은 뭐냐고 물어보고.
말했잖아 나 모솔... 이 세가지 행동중에 하나만 해도 충분히 도끼병 도졌을텐데 세개 다 와다다 하니까 혼란스러운 거야. 이 사람도 나 좋아하나? 하고. 의심과 함께 점점 더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지.


팀플이 끝난 후 새로 피어난 접점... 바로 동아리였어. 나는 팀플과 별개로 영화제작 동아리를 조직하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그 선배가 내 동아리에 관심을 가졌어. 졸업학년이라 고민을 좀 해보겠다고 했는데 팀플 끝나고 다음 날에 선톡이 왔어. 동아리 일 잘 처리하고 있냐고. 그래서 동아리 얘기 줄줄줄 하다가, 다음날이 마침 연휴 낀 주말이라 연휴 잘보내시라고 보내고 대화를 마무리 지으려고 했어. 내 예상대로 대화가 끝나는 듯 싶더니 갑자기 나한테 주말에 뭐하냐고 물어보는거야. 난 또 망상on해서 원래 다음날 본가가려고 했었는데, 혹시 데이트 신청하려고 물어보나? 싶어서 아무것도 안한다고 보내니까 지는 본가간다고 신나게 말함.... 좀 허무했어. 이럴 거면 왜 물어본거야!!!! 그치만 또 이 남자가 몇시 차타냐고 물어봤는데 서로 가는 시간이 안맞았거든? 근데 갑자기 아 까비 시간안맞네 <이럼. 난 또 기숙사방에서 혼자 왜 아쉬운데!!왜 아쉬운데!!! 이지랄함.... 이때부터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한다는 걸 인정한 것 같아.

그리고 선톡을 나도 차츰 보내기 시작했지. 온갖 동아리 핑계를 다 대가면서... 결국에 선배도 들어오겠다는 의사를 밝혔어. 이윽고 우리 동아리가 첫 출범식을 하던 날이 다가왔어. 다이소에서 출범식에 필요한 물건을 사다가 문득 선배가 좋아하는 에너지바가 눈에 밟히는 거야. 마침 선배는 술을 안마셔서 나한테 출범식 뒷풀이는 못간다고 말해놓은 상황이었거든. 문득 그냥 뒷풀이 같이 못가서 아쉽다고, 출범식 와줘서 고맙다고 에너지바를 사주고 싶었어. 지금에야 이렇게 담담하게 말하지.... 에너지바를 살까 말까부터 엄청 고민했어. 결국 출범식을 무사히 마친 후에, 친구한테 부원들 뒷풀이 장소로 인솔해달라고 부탁하고 기숙사로 가고 있던 선배를 붙잡고 계획대로 에너지바를 줬지. 당황해하던 표정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네ㅋㅋㅋ

한창 뒷풀이를 진행하면서 술을 진탕마시다가, 선배한테서 갑자기 연락이 왔어. 기숙사 들어갈 수 있는지 상황보고 말해달라고. 정신줄 겨우 잡고 알겠다고 답장을 보냈지. 그 이후로 나는.... 정말 술을 많이 마셨고. 이 놈의 건배사 문화는 정말...ㅠ 더 마시면 죽을 것 같아서 1차까지만 하고 선배한테 전화를 걸었어. 지금부턴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어쨌든 되게 빨리 선배가 와줬어. 기숙사를 향해서 걷다가 선배가 분수대 벤치에 앉아서 술 깨고 들어가자고 했어. 난 알겠다고 하고 술김에 스몰토크를 막 주도했어ㅋㅋㅋㅋㅋㅋ 나 진짜 그런 성격 아니거든;; 영화 무슨 장르 좋아하냐~ 감독은 누구 좋아하냐~ 쫑알쫑알 묻다가 문득 이렇게 둘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오늘이 마지막일 것 같은거야. 그런 생각이 스치자마자 냅다 영화 보자고 제안했어. 근데 너무 흔쾌히 수락을 하는거야!!! 내가 지금 술 마셔서 기억 못할 줄 알고 이렇게 쉽게 보자고 하나?! 싶어서 막 추궁했는데 선배가 나보고 "너야말로 내일 딴 소리하지 말아."라고 했어. 기숙사 통금 시간이 임박할 때 내 친구들이 뒷풀이 끝내고 돌아오면서 나를 발견하곤 선배한테 미안하다고 데리고 가겠다고 했는데 선배는 또 아니라고 자기가 데려다주겠다고 했고... 어떻게 헤어졌는지 기억이 잘안나지만 아무튼 정말 고맙고 설렜어.
그 다음날... 이불킥은 만화적 표현이 아니라 흑역사를 대처하는 인간의 반사신경이라는 걸 깨달았어. 인생에서 처음으로 남자한테 데이트 신청을 해보다니.... 이불 뻥뻥 차다가 선톡이 와서 카톡으로 구체적으로 날짜를 잡았어.

이윽고 진짜 뜬금없지만 바로 다음날 또다른 데이트를 잡게 됐어. 학교에서 선착순으로 신청해서 야구보러 가는 행사가 있었거든. 신청을 거진 한달전?에 받아가지구 선배를 좋아하기 전에 친구들이랑 동반신청했는데, 선배도 야구를 좋아해서 혼자 신청했나봐. 단톡방 만들어진 걸 보고 선배한테 연락이 와서 "아는 사람 없어서 안 갈까했는데 너가 있네. 나 놀아줄거지?" 이렇게... 왔어.... 아니 진짜 난 야구장 푸파하고 노래불러야해서 친구들끼리 놀고 싶었는데 저 "나 놀아줄거지?"가 너무 귀여운거야. 그래서 나도 혼자 신청했다고 뻥침ㅎㅎ... 아무튼 그렇게 영화에 야구까지 보게 됐어. 심지어 영화보다 야구를 먼저 보러가게 됨....

일단 여기까지 쓰고 내일 이어서 올릴게! 기다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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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1

    설렌다아

    2024.08.16좋아요0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글쓴이

      ㅋㅋㅋㅋㅋㅋㅋㅋ더 설레는 썰이 뒤에 남아있오😆

      2024.08.16좋아요0
  • user thumbnale
    두둥실 작약

    대리 설렘,,🤍

    2024.08.17좋아요0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글쓴이

      어제 쓴 썰을 오늘도 잘 봐주다니!! 감동이야♡ 지금 이어 쓰고 있으니 기대해죠

      2024.08.17좋아요0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글쓴이

    자기야 2편 썼으니 보러와!ㅎㅎ

    2024.08.17좋아요0
  • user thumbnale
    아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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