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를 누구한테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마음은 너무 답답해서 일단 어디에라도 털어놓고 싶어서 써 봐 ..
나는 20대 초반이고 저번주 수요일에 3ㄷ3미팅에서 처음 만난 남자가 있는데 사실 첨에는 보자마자 너무 잘생겨서 눈길이 계속 갔고 시간 지날수록 여자남자 자리 섞어서 나랑 그 남자랑 팀 먹고 게임도 하고 그러다보니까 점점 더 호감이 가더라고
남자는 나보다 3살 오빠고 미팅하다가 그날 따로 나가서 2차로 술 한잔 더 했는데 술을 좀 많이 마시긴 했거든 이 오빠가 사실 자긴 선섹후사라는거야
그러고는 나보고 자꾸 집에 안가면 안되냐고 붙잡는데 나는 절대 사귀기 전에 안잔다 라는 주의여서
그냥 아 그러냐 사람마다 다른거니까 이해는 한다 근데 나는 무조건 집에는 들어가야한다 그리고 나는 사귀기 전에는 절대 안잔다 라고 했어
그러니까 이 오빠도 내가 너무 취한것같다 미안하다 하고 그렇게 헤어졌는데 이런 말 한것만 빼면 다 너무 내 취향이라 연락을 계속 이어갔어
근데 미팅 끝나고 그 다다음날 이 오빠가 친구랑 술먹고 만취를 해서 카톡으로 나한테 자기 복잡한 가정사 얘기를 하고 나도 첨엔 너무 갑작스럽고 놀랐지만 이런거에 편견이 딱히 없어서 이해할 수 있었고 서로 어느정도 좀 더 내적으로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을만한 상태라고 생각을 했어 나는
그래서 약속 잡고 어제 두번째로 봤는데 낮에 만나서 영화도 보고 카페 가서 얘기도 하고 저녁에 밥 먹는 겸 와인도 같이 마시다가 이 오빠가 자기 가정사 얘기를 다시 꺼내더니 자기는 어렸을 때부터 가정환경이 좋지 않았어서 빨리 안정적인 가정을 만들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안정되고 싶다고 그러더라
그러면서 결혼에 대한 얘기를 꺼내더니 졸업하면 자기랑 같이 살자, 뭐 애기 낳으면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냐 이런 말들을 하니까 내가 당황을 했더니 장난이다 라고는 하는데 나는 그게 다 진심처럼 들리는거야
결국에 나중에 나보고 “너는 나 어때? 나는 너 좋아“ 완전 직진으로 말하고 심지어는 사실 나는 너랑 자고싶어 이렇게까지 대놓고 말하고..
근데 나는 우리가 본지 이제 두번짼데 우리 서로를 너무 모르지 않냐 내가 저번에 말했던 거처럼 나는 사람을 오래,길게 본다 내가 지금 확답을 줄 수 없을 것 같으니까 오빠가 좀 기다려줄 수 없겠냐 했는데
내가 얼굴에 생각이 많은 게 다 드러나는 편이거든?
이 오빠가 얼굴에 왤케 고민이 많냐고 자기는 재는 거 싫어한다고 깊게 고민하지 말고 그냥 자기가 좋은지 싫으지만 딱 말하래
내가 고민을 좀 오래 하다가 일단 ’나도 오빠 좋다‘ 하니까 그렇게 말하면 되지 그게 뭐가 그렇게 어렵냐고…
어쩌다보니 어제 키스도 했어.. 나도 끝까지 갈 생각이 아예 없었으면 그냥 처음부터 끊어냈어야했는데 얼굴이 다가오니까 단칼에 거절도 못하겠고 못피하겠더라
근데 키스하다가 이 오빠가 옷 속으로 손을 넣으려고 하길래 아 오빠 이건 진짜 아니다 이런식으로는 싫다 나 사귀기 전에 안잔다고 말하지 않았냐 이러니까 “그럼 사귈까?” 이러는데 거기서 갑자기 내가 현타가 빡 오는거야
키스는 하는데 그 이상으로는 내가 계속 거부하니까 너 이렇게 끝내면 오늘 이후로 나랑 연락 다 끊고 아예 안보고 살 자신 있어? 하는데
내가 거기서 대답을 바로 못하고 있으니까 또 키스하려고 다가오길래 손으로 그 오빠 어깨 막고 ‘오빠랑 나랑 이런 가치관이 안맞으면 못보는거지’ 라고 하고 그 오빠도 나 빤히 보더니 그냥 알겠다 하고 각자 집으로 헤어졌고 지금까지 아무연락 없는거보면 그냥 이렇게 끝난거겠지?
내가 그냥 사람을 잘못 만난셈 치고 잊고살자 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넘기려고 했는데
분명 처음부터 선섹후사라는 말 했을 때 나랑은 아닌 거 알았는데도 계속 마음이 가서 연락하고 만난거지만 내가 왜 그랬을까 싶고, 여태까지 내가 너무 순진하게 굴었다는 생각도 들고, 나도 그 오빠한테 이성적으로 마음이 있었으니까 솔직히 언젠가는 이렇게 됐을거라는 거 예상했었던 거 같은데 내가 일부러 모른척 한 것 같고 단칼에 못끊어낸 나도 문제인 거 같고 그냥 여러가지로 머리도 복잡하고 마음이 너무 답답해서 이렇게라도 얘기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