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글들 중에 “애인이 사랑스러울 때/사랑 받는다고 느낄 때가 언제야?” 하는 글이 조금씩 있더라고? 그래서 방금도 댓글로 쓰려다 너무 길어져서 써봐
“당장 정오에 시험인데 공부하긴 싫어서 써보는 이게 썰인가 자랑인가 싶긴 한데 아무튼 썰”
(성관계 썰은 아니고 그냥 달달하게?)
(19금 아니니까 닉네임 공개..ㅎ)

일단 사전설명부터 하면 나는 대학생이고 남친은 취준생. 남친이 술 먹는거 워낙 좋아하는 타입이라 친구들이랑 좀 자주 술을 먹고 다녀. 나는 첫 연애 남친은 내가 3번째

아무튼 이틀 전에도 나는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남친은 친구들이랑 술을 먹는데 마침 그게 우리집 근처였던거야 도보 10~15분 정도 거리?
한창 친구들이랑 술 먹다가 헤어지고 집 가려다 갑자기 내 얼굴이 보고 싶다면서 만나자고 하대?

그래서 알겠다 하고 독서실에서 나와가지고 좀 걸으니까 저 멀리서 남친이 비틀대며 걸어오는거야 ‘어휴 저 인간 술을 얼마나 먹은거야’ 하면서 왔냐고 반겨주니까 대뜸 내 얼굴 양손으로 잡으면서 술에 잔뜩 취한 목소리로 “이이이잉 우리 00이는 왤케 귀여워???” 하더니 갑자기 나를 꽉 안으면서 하는 말이 “아까 내가 친구들이랑 술을 먹었자나?? 근데 걔들은 왜 맨~날! 지 여친들이랑 싸우까?? 이렇게 이쁜 여친이랑 싸워서 머해! 이뻐해주기도 바쁜데에!!” 하는거야 ㅋㅋㅋㅋㅋㅋ
술냄새 풀풀 풍기고 잔뜩 취한 목소리로 그 덩치 큰 남정네가 그러고 있으니까 약간 한심하면서도 좀 귀엽대? ㅋㅋㅋㅋㅋ
(남친 전직이 직업군인이었고 뼈랑 근육 자체가 굵은 편이라 한 덩치하거든)
내가 “어이구 그랬어 ㅎㅎ 오늘따라 왤케 취했을까 이 아저씨가??” 하니까 “나 알자나! 친구들이랑 술 먹을 때마다 잘 들어가는거!”
(남친이 4살 연상이라 아저씨라 불러)

자꾸 땡깡 부리면서 어떻게든 내 품으로 파고 드는데 속으로는 귀엽다고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어이구 이 화상아 술을 좀 적당히 먹어야지!” 하면서 툴툴댔지.
내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러니까 화난 줄 알고 “으응..00 삐져써..? 내가 미아내..ㅠㅠ 화내지 마아.. 00 화내면 무서우ㅏ..” 하며 더 꽉 안으니까 더 이상 화내거나 삐지지도 못하겠고..ㅎ
암튼 계속 이렇게 있다가는 완전 기절할 것 같아서 얼른 택시 태워서 보내려고 손 끌고 큰길까지 가려는데 갑자기 딱 멈춰서더니 “어우.. 잠깐만.. 나 왜 갑자기 긴장이 풀리냐.. 어 잠깐만 아니야 이러면 안돼 정신차렷!!” 하더라..ㅎ

나 보고 긴장 풀렸다는거에 좋아해야 하나
아님 술을 많이 먹었다는거에 화내야 하나.. 고민하며 큰길에서 택시 잡는데 내 손 붙잡으면서 하는 말이 “왜에!! 나 아직 멀쩡해!! 00 일로 와 빨리 뽀뻐해죠..”하면서 매달리는 모습이 진짜 이 인간이 나보다 연상이 맞나 싶기도 하고..ㅋㅋ 대충 볼에다 뽀뽀해줬지
마침 택시 빈차 하나 오길래 잡아서 태우려고 했지? 근데 갑자기 “우리 00 마지막으로 한번만 안아버쟈~” 이러면서 꽉 안아주는데 덩치가 커서 좀 설레긴 하더라 히힣
암튼 택시 태워서 보내고 나는 독서실 와서 잔소리 하고 다시 공부 하는데 카톡 오더라

어떤 땐 이런 말도 안되는 고집이 어딨나 싶을 정도로 이상한데서 고집 엄청 피우고 어떤 땐 얘가 진짜 나보다 연상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애처럼 굴 때도 있고 어떤 땐 진짜 나보다 어른이긴 하구나 생각할 정도로 진중하고 말도 잘하고.. 가끔 술로 걱정만 안 시키면 참 괜찮은 사람인데..🤔 친구들도 다 괜찮은 분들이고 술 먹을 땐 절대 유흥업소 안 가고 여사친도 기껏 해봤자 친구들 여친? 밖에 없고. (한번 내가 궁금해서 유흥업소 관련해서 물어봤는데 군인 시절에 선임들 따라서 1,2번 가봤는데 재미없고 억지로 끌려간거라 첫인상이 별로여서 다신 가기 싫대) 어벙하면서도 가끔 가다 남자스러운 모습 보여주고 내가 봐도 날 되게 좋아하고 예뻐해주는구나 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그래서 이 사람 만난 뒤론 이전보다 좀 많이 행복해졌어 :) ㅁㅊ 이 글 쓴다고 30분이나 지났다고? 홀리쉿 시험까지 7시간 정도 남았네;; 나 이제 공부하러 가야겠다; 긴 글이었는데 읽어준 자기들 언제나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