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영화관에서 옆자리 앉은 남자 자꾸 생각나 (긴글주의)
이번에 기대작이었던 영화가 개봉해서 퇴근하고 보러갔어
고리타분한 예술영화고 러닝타임도 3시간 반이나 되서 보러온 사람들이 거의 없더라
매표소 1층에 대기하는 공간에서 영화 볼 준비하려고 렌즈끼고 있는데 맞은 편에서 어떤 남자가 힐끔거리다가 눈이 마주친거야 그냥 눈에 띄는 행동이어서 봤나보다 싶었어
영화관 입장하니까 한자리 띄워서 옆자리더라
앉는데 묘하게 신경쓰이고 착각이겠지만 상대방도 날 의식하는 게 느껴졌어
그 상태로 영화를 보다가 중간에 인터미션이라고 쉬는 시간을 줘서 불이 잠깐 켜지고 사람들이 거의 나갔다?
나는 입술이 건조해져서 립밤을 바르고 있는데 그 남자가 옷정리하면서 힐끔 쳐다보는 거야 그래서 나도 쳐다봤는데 갑자기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립밤을 바르더라?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생각나서 발랐겠거니 했어.
그러고 핸드크림 바르는데 그 남자도 핸드크림 꺼내서 바르는 거야ㅋㅋㅋ 진짜 뭐지 싶었어
이런거에 기대하는 내 자신이 싫어서 쉬는 시간 끝날 때까지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어
쉬는 시간 다될 때쯤 받은 포스터가 거추장스러워서 그 남자랑 나 사이 빈좌석위에 걸쳐 올리는데 미끄러져서 떨어질 뻔한 걸 그 남자가 재빠르게 손을 뻗어서 잡아줬어
나는 눈도 못마주치고 가볍게 꾸벅 인사하고 다시 영화를 끝까지 봤어 이미 시간은 밤 11시였고 다들 서둘러 퇴장하는데
나는 말을 걸지 속으로 고민하다가 그 남자가 먼저 나가더라그래서 말 안걸길 잘했네 생각했어
화장실에 들렀다 영화관을 나왔는데 입구에서 서성이고 있는거야 순간 놀라서 뭐지? 하고 그 사람을 보고 멈췄어
근데 그 남자가 나를 보더니 갑자기 홱 돌아서 가더라고
가는 방향이 같아서 그 남자가 몇걸음 떨어져서 걸었어
그러다 갈림길이 나왔는데 그사람은 왼쪽으로 빠지더라 나는 오른쪽으로 갔고
근데 뭔가 너무 아쉬운거야 바로 다시 돌아 왼쪽 골목길로 갔는데 그 남자랑 눈이 마주쳤어
그 남자도 뒤를 돌아서 내가 간 오른쪽 길을 보고 있었더라고
근데 이번엔 내가 순간 놀라서 오른쪽길로 다시 홱 돌아옴...
그냥 이렇게 싱겁게 끝이 났는데 뭐랄까 그냥 날씨도 좋고 밤공기도 적당히 쌀쌀하고 그날 같이 쉽지도 않은 영화를 골라 본 게 기억에 남네
뭔가 순수하게 영화 얘기하는 친구로 만들었어도 재밌었겠다 싶고 아쉬워서 글을 써봤어
혹시 무슨 영화였는지 물어봐도 돼?
브루탈리스트라는 영화야! 예술영화 좋아하면 추천해ㅎㅎ
헐 왓챠 검색해봤는데 완전 내 스탈이다...알려줘서 고마워ㅎㅎ
오 진짜? 자기도 취향이라니 다행이다 러닝타임 긴데 하나도 안지루하니까 꼭 보길!!
아 나도 이 상황이면 꿈에 나왓겟다… ㅠㅠㅠ
다음날까지도 마음이 좀 쓰였는데 시간지나니까 싹 잊었오ㅋㅋㅋㅠㅜ
ㅋㅋㅋㅋㅋㅋ갱 ㅅ기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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