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시작했어! (썰, 장문주의)

튤립이라는 소개팅어플로 만났어.

이것저것 소개팅어플 다양하게 써보고, 블라인드 앱에 셀소 올라온거에 연락해서 만나기도 해보고, 친목모임도 나가보고 다양한 시도를 했던 것 같아.
다들 알겠지만 이런 방식으로 내가 원하는 사람을 만나기는 정말정말정말 어려웠어. 운동 열심히해서 살도 많이 뺐지만 잘되는게 하나도 없어서 외모탓도 참 많이 했던것 같아. 거기다 나도 꽤나 눈이 높은 편이라....(외모가 아니라 가치관 같은거)

5월 마지막 토요일이었나, 어플에서 하트가 도착했다는 알림이 떴어. 들어가봤지. 튤립은 처음에 외모를 공개하지 않아. 얼굴이나 키 전부. 그래서 보통 수락을 했다가 키를 보고 취소한적이 많았어. 학력이나 직장도 공개하지 않지. 그럼 뭘 공개하느냐, 직접 쓴 자기소개랑 수십가지의 가치관 질문들에 대한 대답들이야. 사실 나는 거의 유일한 외모 조건이 키여서, 도착한 하트를 수락하고 키부터 봤어. 180이더라ㅋㅋㅋ 그러고나서 자기소개나 직장, 가치관 대답들을 보는데 오...... 이야기해봐도 괜찮겠다 싶었어. 그래서 대화신청을 했는데 상대도 이미 대화신청을 해놓아서 바로 연결이 되었어!

이것저것 대화를 해보는데, 일단 문화적인 취향이 너무 잘맞아서 신기했어! 베토벤과 펜타포트를 모두 즐기는 사람인거야. 그 사람도 나를 신기해했어ㅋㅋㅋ그것 말고도 먹는 취향이나, 좋아하는 분위기가 너무 닮아있었어.

그렇게 다음날까지 대화를 이어가는데, 내가 "이 사람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지점이 하나 생겼어. 어쩌다 아기 이야기가 나왔는데, 아기를 별로 안좋아한다는거야. 그래서 혹시 딩크에요? 하고 물어보니까 나오는 대답이, 정말 멋있었어.

"자식을 낳고, 안낳고는 온전히 아내가 결정할 문제에요. 아홉달 힘들게 버티는건 아내니까요."

솔직히 남자들 중에 이렇게 대답하는 남자 진짜 별로 없잖아. 자기가 낳을것도 아니면서 딸하나 아들하나 낳고싶다! 하는 남자가 얼마나 많아....ㅎ 그래서 이 사람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렇게 대화를 이어가면서 월요일, 화요일을 보내고, 수요일 저녁에 만나서 식사를 함께 했어. 첫만남인데 장소도 잘 골라와서 센스있다고 생각 들더라구. 어색하긴 했지만 재밌게 대화를 많이 했어! 밥먹고 근처 산책하면서 진지한 대화도 했구ㅎㅎ 나중에 들어보니 내가 이때 한 행동이 그 사람에겐 되게 중요한 포인트였대. 그 사람은 동사무소에서 복지 일하는 공무원인데, 그동안 소개팅 같은걸로 만난 여자들이 돈 못번다고 까는 일이 좀 많았나봐. 그래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는데, 내가 그 사람의 직업을 까내리기는 커녕 너무너무 중요한 일을 한다고 칭찬한거야. 솔직히 그렇잖아? 사회적 약자를 직접적으로 돕는 일 얼마나 멋있어ㅎㅎ (거기다 나는 대기업 다녀서 사실 상대방이 버는 돈은 중요하지 않은 것도 있었어) 사실 목소리나 얼굴이 막 이상형은 아니었는데, 어떻게 이상형만 만나겠어....그리고 그사람이 하는 생각들이 너무 좋았는걸.

집에 돌아왔는데 둘다 한번 더 보고싶다는 생각을 해서, 금요일에 우리집 근처에서 저녁 먹고 산책도 했어. 비가 갑자기 쏟아져서 더 오래 같이 있지 못한게 조금 아쉬울 정도.....ㅎㅎ 그때부터 우리 같이 ~하러가요 같은 미래지향적인 말들을 많이했던것 같아.

아 또 둘이 되게 신기했던게, 둘다 "다정함은 지능이다"라는 표현을 믿는거....? 그 표현을 실제로 쓰는 남자 처음 봤어.

그래서 일요일에 또 봤어!ㅋㅋㅋ 둘다 인천사는데, 부평역에서 만나서 서울가서 맛있는거먹고 전시도 보고 하루종일 같이 있었어......ㅋㅋㅋ 같이 걷는데 너무너무 편안하고 대화도 잘통하고..... 그래서 돌아오는 길에 내가먼저 손잡았어!😆ㅋㅋㅋ자기가 쑥맥이라 미안하다고 하더라

이때부터는 뭔가...둘다 리밋이 해제된 상태가 됐어ㅋㅋㅋㅋㅋㅋ보고싶다고 표현도 많이하구ㅋㅋㅋ 결국 월요일에 담판짓고 사귀기로 했어ㅎㅎ그날 내가 그사람 회사로 가서 픽업해서 드라이브갔는데, 공원 주차장에 차세워놓고 뽑뽀만 한시간 해버렸지 뭐야........ㅎ 그리고......

어제는 우리회사 근처에서 만났는데...........또 으슥한 공원 주차장에 차세워놓고 물고빨고 두시간 하다 왔어......섹스만 안했고 옷만 안벗었지 이건 거의...ㅋㅋㅋㅋㅋㅋ 그사람, 남친 흥분한거 느껴지구.........ㅋㅋㅋ하

그래서 오늘은...........우리집에서 보기로했다! 남친은 오늘 나 자는거 보고 가겠다, 막차 전에만 보내달라 이러는데ㅋㅋㅋㅋㅋㅋ흥 어림도 없지 내가 오늘 자빠트린다

2주 사이에 너무 많은게 변해서 당황스러운 건 있는데, 행복해. 남친은 내가 뭘해도 예쁘대. 누구한테 예쁘다, 사랑스럽다, 네가 좋다 라는 말을 이렇게 쏟아지게 들어본게 정말 오랜만이야. 금사빠일까봐 걱정되는 것도 분명 있지만, 이 사람과 진지하게 나누는 대화들이 그 걱정을 많이 지워주고 있어. 본인도 이런 감정을 처음 느껴봤다고 당황해하더라구. 그리고 사람이 참 다정해. 여동생도 자취하는데 가끔 반찬 만들어다 주는 오빠야. 어제는 나 만나러 오면서 연핑크색 장미 한송이를 사왔어....ㅎㅎ

쓰다보니 아주 장문의 썰이 되었네.... 그냥 재미있게 읽었다면 나는 좋을거같아! 소개팅 어플 관련해서 질문도 받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