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분노하는게 남혐이라고 생각하는게 어이없어서 적어봐.
나 한 10년전쯤 잠실역 막차 타고 남친이랑 통화하면서 귀가하고 있는데, 좀 취해서 전화로 “나 취한거 같아!” 하면서 철없이 떠들고 있었음. 칸에 사람이 거의 없었거든.
그 때 남친이 나이차이 꽤 나는 연상이었는데 바로 “00아 조용히 얘기해. 그런 얘기 크게 하면 위험해”라고 해서 갸웃했는데, 바로 어떤 남자가 내 앞으로 오더라..? 그러더니 잠깐 얘기좀 하재.
비실비실하게 생겨가지고 무섭다기보단 좀 열받아서 무시하고 내렸는데 계속 쫓아오더라.
전화 안끊고 이상한 사람 쫓아온다고 말하면서 여자화장실로 들어갔는데
ㅅㅂ.. 그 안까지 들어와서 내 팔목을 잡데?
그제서야 심각성 파악하고 이거 놓으라고 하는데 아무리 비실비실해도 남녀 피지컬 차이가 어떻게 안되더라고.
머릿속이 하얘졌는데 지나가던 어떤 아저씨가 진짜 너무 감사하게도 그 광경을 보고
“어! 거기 아는 사이예요?” 이러셔서
“모르는 사람이에요!!!!” 소리지르니까 “뭐하는 새끼야 너!”하고 소리질러 쫓아와주심. 그새끼 바로 줄행랑치더라. 그러고서 역 바깥까지 데려다 주셨는데 저 앞에서 통화하던 남친이 택시타고 와서 내리고 있더라고. 좀 이상하다 싶으니까 바로 택시타고 왔대.
난 아직도 그 두 남자가 내 생명의 은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리고 내 주변에는 그런 사람들이 더 많을 거라고 희망회로도 돌려.
여기서 분노하는 모두가 남자를 혐오해서 그러는 게 아니야. 다들 무서운거고, 무력해서 그래. 맨날 여자들이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당하고 죽어가는데 할 수 있는게 암것도 없잖아. 그래서 우리끼리라도 정신 똑바로 차리자고 다짐도 하고, 주변에 싹수 노란 애들 보이면 걸러내는 법 서로 조언도 해주고, 이 사건과 페미니즘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한테 조금만 더 공부해서 같이 안전해지자고 하고 있는거야.
이렇게까지 말해도 “내 일 아닌데 화내서 뭐해”라는 결론이 나는 사람이면.. 그냥 기본적인 공감 자체를 못하는.. EQ가 떨어지는 사람이니까 가만히 갈 길 가면 되고...
그러니까 왜 같은 여자 머리채 잡는지 모르겠어
목소리 내는 여자들 계속 목소리 내 !!!
당연하지 여자들 할 수 있어
여자들이 들고 일어날 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