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중한 현충일이 가고 있는데 좀전에 엄마한테 전화받고 좀 슬퍼져서 끄적여봐. 난 32살 직장인이고 아버지가 재작년에 정년퇴직하고 나서 원래 있던 빚이 더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자꾸 나한테까지 돈 빌려달라고 하셔서 그게 너무 싫어서 작년에 중기청 대출받아서 독립했어. 돈 빌려드리고 못 받은 게 삼백 정도 되는데 그냥 내가 중간에 이직하는 과정에서 백수일 때 카드값 몇십만원 아버지가 내주신 적도 있고 그간 키워주신 거 생각해서 그건 그냥 드린 셈치는데 좀전에 엄마한테 전화와서 하는 말이, 아빠가 신용불량자되게 생겼다고 엄마한테 돈 빌려달랬대. 엄만 전업주부신데 친정이 좀 잘 살아서 최근에 형제들한테 돈 조금 받아온 게 있거든. 그래도 두 달 전에 몸값 높여서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해서 나름 열심히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이직한 회사 팀장이 능력은 있는데 인성이 너무 빻은 전형적인 강약약강이라 나랑 같은팀 후배들이 엄청 힘들어하고 있거든. 그래도 같은 후배이자 입사동기 두 명이랑은 잘 맞아서 셋이서 팀장 욕하면서 잘 버티고 있었는데 엄마 전화받으니까 그냥 내 인생은 왜 이럴까싶고....내가 이직을 자주 해서 연애도 안한지 오래됐는데 며칠 전에 일하다 알게 된 친한 교수님한테 괜찮은 남자 있음 소개해달라고 했는데 괜히 그랬나 싶어. 나같이 모셔야 할 부모가 있는 사람이 주제도 모르게 무슨 연애를 하나 싶고. 그동안 여기까지 온 내가 장하고 대견하면서도 문득문득 슬퍼지네.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