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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는 자기202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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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발언) 약 10년 전부터 페미판 지켜봐온 사람으로서, 내가 페미 모르는 여자 욕하지 않는 이유




* 장문글 쓰느라 페미니즘 플로우 이미 다 지나갔다면 미안해 :) 불편하면 스루해줘



자기방에서 페미니즘 잘 모르거나,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 머갈 텅텅이라느니 멍청하다느니 욕하는 사람들 많이 봤음.

왜 아직도 페미니즘에 대해서 모르냐, 한심하다, 직접 찾아봐라 뭐 이런 뜻인 거 잘 알고 있음.

그러나 나는 아무리 페미니즘에 관심 없는 여자라고 해도, 혹은 소위 남미새라고 해도 절대 욕하거나 비꼬거나 원색적으로 비난하지 않음.



왜냐하면

단 6년 전만 해도, 아무리 페미에 관심 있는 여자래도 이성애 하고 남친 있으면 당시 기존 랟펨들이 겁나게 욕했거든.

ㅇㅇ 맞아
여기 자기방에서 본인 손 더럽혀가며 다른 여자 무시하고 비난하는 유저들
6년 전이었으면 아무리 페미니즘의 역사를 줄줄 꿰는 박사라고 해도
걍 남자 하나 만난다고 먼지 날리게 처맞았을 거임.
본인이 남자 안 만나도, 이성애 조장하는 커뮤 유저라고 들을 말 못 들을 말 다 들었을 거임.

그리고 어떻게 됐을까?
같은 여자들한테 욕먹은 게 억울하고 분해서라도 페미 관두게 되고
아님 현실에선 남친 만나면서도 죄인마냥 아무 말도 못 하고 비혼 비연애 실천하는 척하며, 본인 정체성까지 부정해가면서 꾸며진 페미니즘 했어야 했음.

그 결과 인터넷 중심의 거대 페미 물결을 이끌었던 갓건배는 방송에서 남자 얘기 한 번 잘못 꺼냈다가 배신자라고 낙인찍히며 묻혔고
그 시절 그저 속도가 느릴 뿐이었던 수많은 여성들은,
스스로 페미니스트라 주장하면서 같은 여자 흉자(=남미새)라고 욕하는 여성들에 의해 외집단화 되고 격리되었음.




세상에 완전무결한 진리는 없고, 도덕과 사상의 판단 기준도 시대에 따라 달라짐.
현재 같은 여자 멍청하다고 욕하는 당신들은
그저 운이 좋게도 갑질하고 있을 뿐임.

운이 좋게도 사회적 민감성이 높았고
운이 좋게도 페미니즘을 타인보다 일찍 접했으나 남자 만난다고 욕처먹을 시절엔 다행히 몰랐고
운이 좋게도 남들보다 용감했고
운이 좋게도 주변에 함께 페미니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지인이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속도가 그저 좀 더 빨랐기 때문에

그래서 선민의식 갖고 욕할 수 있는 거임.
그저 운이 좋아서 그랬던 일들을,
본인이 남들보다 뛰어나고 우월하고 지능이 높아서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하면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타인의 기분을 폭력적으로 망칠 권리가 있다고 착각하게 됨.

5년 전의 나도 그랬음.
남자한테 영혼 팔아넘긴 애라느니, 노예는 지가 노예인 줄도 모른다느니, 대가리 꽃밭이라느니...
지들이 세상에서 얼마나 핍박받고 있는지도 모르는 멍청한 년들이 가만히 있지는 못할 망정 같은 여자 뒷꽁무니 잡고 늘어진다고,
우리가 저런 애들 인권까지 신장시켜주려고 열심인데 쟤네는 감복할 줄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했음.



그런데 그거 알어?
그래봤자 남는 건 내 내면의 어둠 밖에 없음.
어느샌가부터 입이 더러워지고, 일상적인 생각조차 부정적으로 변하는 나를 인식하게 되면
그 때 비로소 알게 됨.

아,
난 다른 여자들을 욕해서 날 높이고 있었구나.
내 자존감을 외부에서 찾고 있었구나.

깨닫게 됨.


같은 여자 욕해봤자 그들은 더욱 더 멀어질 뿐이고
나 자신은 더욱 더 추악해 질 뿐임.
망가진 과거를 아는 이들이라면 절대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거라 생각함.




그러니 부디
당신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분노에 잠식당하지 말길 바라.
자존감과 행복을 본인 내면에서 찾고,
타인을 힐난하는 것이 얼마나 백해무익한 일인지 깨닫길 바라.

물론 같은 여자한테 페미니즘 무시하는 발언 들으면 화나지.
나도 알아.
논리정연하고 정돈된 말로 답해주고 싶지만 그럴 에너지도 없다는 거?
알아.

근데 그러면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그냥 아무 말 하지 말고 눈 감아.
당신 스스로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먹금하란 말이야.
어려운 일 아니잖아?



더 이상 같은 여성들끼리 필요 이상의 분노와 폭력을 휘둘러가며 상처주지 않았으면 좋겠음.

힘든 일이 있다면 그것을 페미니스트로서의 자아와 연결시켜 모두 분노로 승화시키지 말고,

자기 스스로를 위해 잠시 이 사회는 내려놓고
노래도 듣고 몸도 괜히 흔들어보고
산에 올라 푸른 녹음도 보고 깨끗한 공기 마시고
파란 바닷바람 맞으러 갑자기 훌쩍 떠나고

필요하면 상담도 받으면서,

나와 다른 배에 탄 사람들이 그저 적으로만 보이는 그 마그마 같은 머리를 잠시 식혔으면 좋겠음.



내가 태어나서
내가 행하는 모든 일은
결국 모두 오로지 나를 위한 일이어야 함을
내 건강과 행복을 위한 일이어야 함을
다들 알았으면 함.

9
16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글쓴이

    그냥 요즘 자기방 보면서 생각났던 말들 다 주절거려 봄

    2024.11.13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1

    구구절절 동의한다

    2024.11.13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글쓴이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

      2024.11.13
  • user thumbnale
    통통튀는 나트륨

    자기글 보니까 정신차려져서 반성하게 돼 긴 글 고마워

    2024.11.13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글쓴이

      가시밭길 같은 세상이지만 그 속에서 우리 마음 지킬 수 있게!! 나트륨 자기도 상처받지 않는 삶 살길 진심으로 바라

      2024.11.13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2

    남친 있는 나도 가만히 있었는데 남혐 할거면 여시로 꺼지라는 애들이 먼저 줘팬건 솔직히 별로 감싸주고 싶지 않아

    2024.11.13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글쓴이

      맞아 그런 애들은 잘못됐지 감싸주라는 뜻은 아니야~ 그냥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거기 맞서 욕한다고 세상에도, 그리고 나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은 줄 수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었어. 남혐할 거면 여시로 꺼지라고 말하는 그 친구들도 결국 본인을 스스로 잡아먹고 있는 셈이지 그러니 우리까지 같이 말려들어서 나 자신 갉아먹지 말자고 말하고 싶었던 거야

      2024.11.13
  • deleteComment작성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4

    근데 지만 섹스하는 줄 아는 것도 남자들한테 사랑 못 받는다고 하는 것도 결국 다 남자가 잘못입니댜 남자를 패야겟다 모든 원흉은 남자네

    2024.11.13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글쓴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아 가부장제 속 같은 피해자들일 뿐인 걸... 그래도 남자 욕할 때 지나치게 거칠어지는 것도 본인 마음엔 알게 모르게 부담되는 일이니까 뭐든 적당히 하고 적당히 쉬어주기!! 나 자신을 양파라고 생각하자구 😊

      2024.11.13
  • user thumbnale
    관찰하는 해

    긴글 고마워 잘 읽었어! 한국 페미니즘은 여전히 격변하고 있다고 생각해 🥲 그나저나 고생했겠다

    2024.11.13
    • user thumbnale
      관찰하는 해

      이런 의견이 남성들한테서도 자정적으로 올라온다면 참 좋을 텐데 안타깝다

      2024.11.13
  • user thumbnale
    숨어있는 자기 5

    원인이 남자인줄도 모르고 코르셋쓴여자들은 탈코한 페미들 괴롭히고 욕하는게 이해가 안감. 정작 남자들은 여자를 나쁘게 말하면 애기 싸서 여자는 낳아기르고 부모공경할줄아는 남자는 하늘이고 자기하는말에 모두 예스해주는 순종적인 여성을 원함... 그래서 내가 페미니즘을 좋아함. 권리모두를 남성만하기에는 우리도 나눠야한다고생각함.남자들이 성평등을주장하며 그놈의 군입대를하라면 할수도 있음!

    2024.11.13
  • user thumbnale
    오밀조밀 쑥새

    2222 페미라고 정체화하는 것도, 페미임을 밝히는 것도 밝히지 않는것도 절대 쉬운일이 아님. 각자 자기가 할수있는 선에서 성평등을 지향하고 실천하면 되는거야. 평생가는 지리멸렬한 싸움이기때문에.

    2024.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