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막염인데 위내시경 할 뻔한 썰]

나는 감기에 걸려도, 열이 심하게 나도, 심지어 장염에 걸려도 밥만 먹으면 나았어. 그래서 “밥 먹으면 다~ 나아.” 라고 생각하며 살았고, 엄청 아프지 않는 이상 병원에 가는 일은 없었지.

그러던 17살의 수요일, 수업을 듣는 중에 숨을 참아야 할 정도로 배가 아파오더니 1분뒤면 괜찮아지고, 다시 20초뒤면 아파지고를 반복을 하던 일이 있었어. 나는 급똥 신호인줄 알고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렸지.

수업이 끝난 후 장을 비웠는데도 계속해서 아파오길래 일단 급식을 먹었어. 배가 아픈데, 밥을 먹는다고?! 하고 놀랄 수도 있지만, 그때 나는 정말 밥만 먹으면 나았어.. 웅..

석식을 먹어도, 야자가 끝나고 집에 가서도, 잠에 들때에도, 다음날이 되어도 없어지지 않는 통증에 괴로워하며 점심을 먹고 조퇴를 했어. 집가는 길에 부모님께 연락을 드리고, 동네 병원에 갔어.

전체적으로 배가 아프다는 내 말에 의사쌤은 장염판단을 내렸고, 다음날도 학교를 가야하는 나는 수액을 맞기로 했지. 근데 그거 알지? 조퇴하고 집오면 갑자기 안아파지는거.

나도 그랬어. 적어도 자기 전까지는 말야. 119를 불러야하나 고민하다 겨우 새벽 3시에 잠들었어. 그리고 다음날도 조퇴를 했지. 무려 !점심!을 안 먹고 말이야. 본능적으로 내 몸에 뭔가 들어올때마다 그게 음식물이 됐든, 물이 됐든 더 아파지는게 느껴져서 정말 목이 마른게 아니라면 물도 마시지 않았어.

조퇴를 하고 간 병원에서 또 장염 진단을 내렸고, 내 몸이 하나도 나아지지 않은 채로 주말이 다가왔어. 확실히 아무것도 안먹으니 덜 아프더라고. 잠에 들때 빼고는 참을만해서 참고, 월요일에 학교를 갔어.

아파서 또 조퇴를 하게 되자, 엄마가 큰병원을 가보자고 했고 진찰을 받은 결과.

장염이었어.

조금 허무한 결과를 받고, 병원을 나가자마자 통증이 급격하게 몰려와서 다리에 힘이 풀리더라고. 그대로 나는 주저 앉아버렸고, 엄마는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어. 내가 배가 너무 아프다고 하니 엄마가 병원으로 뛰어가다시피 들어가셔서 조금 뒤에 돌아오셨어.

“검사 잡아놨으니까. 정밀 검사 하고 가자.”

나는 위 내시경 검사를 위해 입에 뭔갈 물고 옆으로 누워서 기다리고 있었어. 그렇게 2분정도가 지나자 간호사님이 오셔서 초음파 먼저 진행하는게 좋을것 같다며, 초음파실로 이동하자고 하셨고. 나는 다행스럽게도 위내시경을 안 받게 되었지.

그렇게 간질거리는 초음파검사를 진행하니까 복막염(터지면 맹장염이 되는것)이라고, 조금만 더 늦었으면 맹장염이 돼서 응급수술 할 수도 있었다고 그러시더라고.

그렇게 당일 수술이 잡혀서 속전속결로 진행했어. 병상에 누워있다가 이불째로 다른 병상으로 옮겨지는데, ‘나… 진짜 수술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

천장에 있는 형광등이 눈 부시다 같은 시덥잖은 생각이나 하고 있으니, 갑자기 수술실이 됐고 내가 덤덤해 보였는지. 간호사님이 “긴장 안 하시네요? 수술해 보셨어요?” 물으셨어.

“아뇨, 마취 안 통하면 어떡하지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럴일은 없다며 호언장담을 하셨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 혹시나?!하고 남아있는게 있었어. 그리고 간호사님이 말씀하셨어.

“마취제 들어갈게요~”

“네.”

대답한 이후로 나는 회복실에서 깨어났고, 내가 진짜 쓸데없는 걱정을 했구나하고 깨달았어. 그리고 아프면 바로바로 병원을 가야하고,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정밀검사를 해야한다는 것도 뼈저리게 느꼈지.

자기들도… 나처럼 미련하게 참지말고 병원 가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