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경찰서 가서 목격자 조사도 받아본 썰도 풀고 아주 고오맙다 개새꼰대야^^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어서 묘사가 자세하니 글이 꽤 길어)

바야흐로 4년 전 대학 졸업하고 갓 취업한 새내기 직장인(응애)였던 나
식음료과 전공이었어서 바리스타&바텐더 겸으로 일하는 서울 강남에 나름 유명한 레스토랑에 취업했어 (업장 얘기하면 분명 아는 사람 나올 것 같으니까 자세히 쓰진 않을게..)
일하는 7개월 동안 진짜 정말 많은 빌런이 있었지만 그 중 단연코 탑이라 할 수 있는 미친놈

아마 그때가 늦여름 쯤이었을거야
여느 날처럼 똑같이 손님이 드문 늦은 자정이 지난 시간이었는데 이미 저 멀리서부터 느껴지는 취객의 발걸음과 소음..
아 딱 봐도 진상이다 싶었지 (늦은 시간은 진상취객 오기 딱 좋은 시간이야 띠발..)
딱 봐도 불륜인 중년남녀가 양 손에는 천혜향인지 오렌지인지 가득 담긴 흰 봉다리를 달랑달랑 들고 와서 떡하니 자리 잡더니 대뜸 “거 술 한잔 줘보쇼!” 이러는거야..^^
(벌써부터 빡침)
내가 막내였어서 메뉴판 들고 가서 양주랑 과일 안주 주문 받았고 술과 안주가 나갔어.
그래 딱 거기까진 괜찮았어

근데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어
초반에는 지들끼리 웃고 과한 스킨쉽도 하면서 온갖 난리를 떨더니 대뜸 건너편 테이블에서 조용히 대화 나누던 커플에게 중년 남자가 물통을 냅다 던지는거야..! (식당 가면 주는 스테인리스 물통 그거 ㅇㅇ)
아.. 거기서부터 ㅈ됐구나.. 저거 우리가 말려야한다.. (일하는 사람 나,남자 알바생,남자 매니저님 이렇게 3명 뿐이었어)
일단 남자 알바생이 가서 제제를 했지. 커플 분도 얼른 계산하고 나갔고..

근데 그 남자가 열 받았는지 개취한 상태로 “내가 누군지 알아?! 너 같은 새끼가 나한테 이러면 안돼!!“ ..네 누가 봐도 미친놈이죠?

매니저님이 상황 보시더니 본인이 나서야겠다 싶어서 말리러 갔지 매니저님 인상이 좀 날카롭게 생기셔서 약간은 주춤하더니 술에 용기가 생긴건지 아님 인성이 원래 그따구인건지 다시 쌍욕을 하면서 손에 잡히는 물건은 다 던졌어..(술병 안 던진게 천만다행..)
그 와중에 여자는 즐겁다고 소리 지르며 박수 치고 이 ㅈㄹ..

경찰을 불러야 하나..? 그 사이에 갑자기 그 개미친놈이 남자 알바생을 뒤에서 덮치는거야..!
그 순간에 윗층에서 일하던 다른 남자 알바생이 그걸 보더니 순식간에 달려와서 그 미친놈 떼어놓으려고 애를 쓰며 나보고 “당장 경찰 안 부르고 뭐해!!” 이러길래 그때서야 정신 차리고 바로 경찰 불렀지.. (그때 나는 사회초년생이라 아무것도 몰랐었어..ㅠ)

내가 경찰에 전화로 신고하니까 그 미친 상놈은 그제서야 얌전해지더라고. (역시 강약약강🖕)
다행히 경찰은 금방 도착했고 쌍으로 미친 남녀를 겨우 부축해서 끌고 나가더라.
(그때 거의 끌려가는데 그 와중에 흰 봉다리는 꼬옥 챙겨서 가더라..)

그리고 경찰이 다시 와서는 나보고 “폭행사건으로 접수돼서 목격자 분은 나중에 경찰서로 오셔서 사건 진술 좀 해주세요” 하면서 내 기본 인적사항 받아가셨어..

이틀 뒤에 강남경찰서 가서 형사 분께 그 날 본거 다 말씀드리고 서약서 쓰고 이제 일어서려 하는데 그때 형사님 왈..
“보통 이렇게 진술하시면 불안해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왜 이렇게 담담하세요?“
.. 이게 경찰이 할 말인가..? 물론 경찰을 욕하려는건 아니야. 형사니까 당연히 이런 일들이 많겠지? 근데 그걸 사회초년생 것도 여자에게 이렇게까지 말할 정도인가..? ‘되게 담담하게 얘기하시네요’ 도 아니고 ‘왜 이렇게 담담하세요?’...

암튼 사건 접수 되고 그 이후는 형법 상 알려줄 수 없는 부분이라 해서 결과는 못 들었어
폭행+기물파손+영업방해 였으니 벌금형 나오지 않았을까 싶어

그리고 그 미친놈 말렸던 남자 알바생 2명 중 덮쳐졌던 한 명은 뒷목 쪽에 손톱에 쓸린 상처 생겼고 다른 한 명은 다행히 괜찮았어

암튼 그 미친 쓰레기 불륜 덕분에 경찰서도 가보고 사건 목격 진술도 해보고 이렇게 썰도 써보네
여러모로 참 고오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