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고등학생 때 이야기라 거의 8년 됐네! 그 때 한창 야자를 하니 안하니 하면서 야자 의무 풀리고 야자시간에 학원으로 빠지는 애들 생길 때 쯤이었거든. 나도 석식 먹고 야자시간에 학교 근처 영어학원 가는 길이었어.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라 해가 슬슬 빨리 지기 시작해서 나가면 붉은 노을이 하늘 끝자락에 걸려서 밤하늘이랑 섞여있는 풍경? 이었고. 아무튼 내가 키가 많이 작아서 150 될랑말랑 했어 얼굴도 동글동글해서 많이 어려보였구. 교복 입고 있었으니까 중딩으로 보였을거야. 좀 만만해보이는 외모긴 한데 진짜로 내가 타깃이 될거라곤 생각도 못하고 있었어. 내가 다니던 학원은 골목길이 많은 거리 모퉁이에 있었는데 유난히 그날엔 사람이 없었어. 그 때 당시는 가로등도 거의 없고 CCTV도 없어서 해가 조금만 저물어도 많이 어두워지는 편인데 늘 보는 풍경이라 별 생각 없이 걸었지. 오늘따라 사람이 없네~ 생각하면서 학원으로 쏙 들어갔는데 자기들 그거 알지 계단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방향 틀어지면서 입구가 보이잖아.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검은 티에 청바지 입은 키 큰 남자가 갑자기 빨리 걸어가면서 이렇게 말하더라.
씨발 놓쳤다.
보니까 전화를 하고 있더라고. 내 뒤에서 누가 걷고있는건 알고 있었어. 근데 저렇게 키도 크고 건장한 남자일줄은 몰랐거든. 처음엔 뭔 상황인가 싶어서 계단에 멈춰서서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소름이 쫙 돋는거야. 딱 우리 학원까지만 학원도 많고 음식점이 있어서 밝은 편이고 모퉁이 꺾으면 엄청 어두운 골목길이 나오니까. 정신없이 학원으로 올라가서 벌벌 떨었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도 무섭고 소름끼쳐. 내 키가 여자 치고도 엄청 작아서 웬만큼 키 큰 사람들은 다 나 지나쳐가는데 한참을 내 뒤에서 걷다가 나 놓치니까 갑자기 빨리 걸어가는거나 나 들으란듯이 놓쳤다고 욕하는거나... 지금은 가로등 많이 생기고 cctv도 군데군데 생겼는데 그래도 그 거리만 지나치면 불쾌해 그 날 이후로 나 어두운 거리 걷는거 싫어하잖아ㅎ.. 자연스럽게 경계심 생기고 무섭고 좀 심한 날엔 도저히 못참겠어서 집가지 뛰어가고 그래. 자기들도 어두운 거리 혼자 걸은 땐 늘 조심해요
쓰니 트라우마 생길만 하다... 나도 어릴때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복도식 아파트 싫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