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도 이런 독한 감기가 없다]
감기 때문에 4일 앓아누웠다.
자기들은 잘 때 에어컨 바람 직빵으로 맞지 마..
일단 저번주 토요일이 시작이었어.
집에 나 혼자 있어서 큰방에만 에어컨 틀고 잤거든. 풀파워 모드도 아니고 23도에 바람 제일 약하게 설정하고 잤는데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니까 목이랑 코 쪽이 너무 따가운거야..
그냥 처음에는 에어컨 바람 직빵으로 맞아서 그런가보다 하고 알바를 했어
근데 알바 하는동안에도 가게 안에 에어컨 22도에 풀파워 모드로 계속 돌리니까 몸이 점점 으슬으슬 추워지는거야;;
음식점 알바라 서빙한다고 막 돌아다녀서 땀이 나고 더운데 이상하게 몸 안은 추워서 덜덜 떨리고..
퇴근하고 저녁에 그냥 집에 있던 아무 목감기약 먹고 잤지?
그리고 월요일 아침 7시쯤 눈 뜨니까 온몸을 누군가에게 뚜드려 맞은 것처럼 열몸살과 근육통이 장난 아니게 아픈거야ㅠㅠ
9시에 학원 가야 하는데 이 상태로는 도저히 안될 것 같아서 학원에 사정 말씀드리고 일단 땀이 줄줄 나더라도 이불 두꺼운거 머리 끝까지 덮고 다시 잤어.
일어나니까 대략 10시더라고. 그때까지도 몸이 너무 아파서 나도 모르게 끙끙 앓는 소리를 내고 있고 기침을 하는데 가래가 목에 걸려서 나오지도 않고 그러던 상황이었어.
결국 엄마 손에 질질 끌리다 시피 해서 동네 병원에 가서 진료 받고 수액을 맞았지.
근데? 이상하게 수액을 맞는데 왜 눈이 아파질까?? 속눈썹이 눈에 달려있는데 이게 속눈썹이 아닌 꼭 바늘이 박힌 것처럼 너무 따갑고 가려웠어ㅠㅠ 수액 다 맞고 나니까 좀 괜찮아지길래 아 그냥 수액이 나한테 안 맞아서 부작용이 생겼구나 하고 월요일은 그렇게 넘어갔어.
그리고 화요일 되니까 몸살이랑 근육통은 많이 없어졌는데 문제는 눈에 생겼어.
전날 수액 맞은 부작용인지 뭔지 눈 자체가 새빨갛게 충혈되고 여전히 속눈썹이 바늘이 박힌 것처럼 너무 아팠어..
안되겠다 싶어서 다시 병원 가서 몸 상태 얘기하니까 병원에서 하는 말 “감기 바이러스가 눈에도 올 수 있어서 그런거다”... 의사가 저리 말하니 어쩌겠어ㅠ 게다가 수액도 이때까지 맞아왔던 수액이랑 똑같은거라는데ㅠㅠ
(애기 때부터 감기 걸릴 때마다 간 병원이라 의사쌤이 나 알아)
결국 감기 떨치기 위해서 수액 한번 더 맞는데 어우.. 여전히 눈이 미친듯이 불편했어.
이건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수액 다 맞자마자 안과로 직행했지. 안과에 가서 증상 다 얘기하니까 안과에서도 똑같이 “감기 바이러스가 눈에도 도달했는데 수액 맞으니까 서로 싸우는 과정 중에 눈에 통증이 생긴거다” 라고 얘기했어.
안과에선 안약 처방과 적외선 잠깐 쐬는걸로 끝나고 화요일도 그렇게 어영부영 끝났어.
3일째 수요일.. 눈이 좀 충혈되고 가려운거 빼면? 감기는 거의 다 나았어! 가끔 기침할 때마다 가래가 들끓는 느낌이긴 한데 몸살&근육통&발열은 하나도 없었어!
그래서 “이제 드디어 감기가 끝났구나ㅠㅠㅠ!!!” 하면서 한시름 놨다 생각했지..
문제는 수요일 저녁이었어.
병원에서 처방 받은 약 먹고 안과에서 처방 받은 안약을 눈에 넣고 나서 이제 잠들려고 누웠어.
근데 그거 알지? 옆으로 눕는 자세가 진짜 안 좋긴 한데 편한거.
왼쪽으로 몸 돌려서 자려고 하는데 뭔가 느낌이 쎄해.. 마치 물에 잘못 빠졌을 때 코로 물이 쑥 들어갔는데 그게 머릿속까지 도달한 그 느낌..
그냥 단순히 아 내가 옆으로 몸을 돌리고 자서 그렇구나 하고 다시 정자세로 천장 보고 똑바로 누워 잤지?
그리고 드디어 오늘 목요일 아침이었어. 눈도 거의 다 가라앉았고 감기도 다 끝낸 느낌이었는데 전 날 자기 직전 느꼈던 그 느낌이 여전히 그대로 있는거야..
심지어 어제보다 더 아픈거 있지..
일단 병원에서 받은 약을 먹고 안과에서 받은 안약을 눈에 넣은 뒤 학원을 갔어.
근데 학원에서 머리가 점점 더 따가워지면서 얼굴에도 통증이 오기 시작하는거야.
그러면서 왼쪽만 눈물과 콧물이 줄줄 흐르고 있으니까 진짜 미칠 것 같은거야ㅠㅠ
학원에서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쉬는시간마다 계속 엎드려 있으니까 같이 수업 듣는 동생이 나보고 조퇴할래? 라고 물어볼 정도였어.
차마 조퇴는 못하겠고 증상을 그 동생한테 얘기하니까 그거 축농증일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하는거야. 애인도 똑같이 축농증 아냐? 이랬고.
그래서 학원 끝나자마자 근처 이비인후과를 가려고 했는데 아뿔싸.. 이비인후과 2군데가 다 여름휴가로 휴진이라는거야ㅠㅠ
결국 집 근처 다른 병원 가자는 생각으로 애인과 통화하면서 걸어가는데 그때 든 생각이 “이 전화만 아니었음 누가 보던지 말던지 그냥 그 자리에 주저 앉아서 엉엉 울고 싶다” 였어.
왜냐면 머리는 지끈거리다 못해 따갑지. 왼쪽에서만 눈물 콧물 줄줄 흐르지. 날씨는 무진장 더워서 온몸에서 땀도 비오듯 쏟아지지.
정말 멘붕 그 자체였어..ㅠㅠ
어찌저찌 겨우 애인과의 통화로 정신 부여잡으며 병원에 도착했지. 병원에선 진료 슥 보더니 갑자기 코로나 얘기를 막 하는거야.
“요즘 코로나가 또 유행하고 있긴 한데 어차피 검사해봤자 양성이어도 의무격리는 안할거니까 검사해도 별로 달라지는거 없겠죠?” 하면서 그냥 주사랑 약 처방만 해주겠다는거야.
너무 간단하게 10분도 안돼서 진료가 끝나니까 내가 당황해서 이거 축농증 아니냐고. 정말 머리가 너무 아파서 그런데 이거 콧물 빨아들이는거만 좀 하면 안되겠냐고 물어봤지.
그러니까 의사 왈 “지금 코 막힌 것도 없고 보니까 상태는 괜찮아 보여요. 축농증이라고도 할게 없어요.”.. 의사가 저렇게 딱 잘라 말하는데 어쩌겠어..ㅠㅠ
결국 주사 맞고 약 처방 받고 겨우 집 기어들어오다 시피 해서 점심을 먹으려 하는데 머리가 너무 따가워 미치겠는거야ㅠㅠ
계속 눈물 콧물 줄줄에 머리까지 따갑고 지끈거리니까 결국 빈속에 약 털어먹고 급하게 면봉으로 코 깊숙이 찔러서 콧물 빼려 했지.
근데 진짜 그냥 맑은 물만 뚝뚝 흘러내리는데 막상 머리가 괜찮아질 기미는 안 보이고..
결국 밥도 못 먹고 그냥 머리가 주구장창 부여잡고 엉엉 울었어.. 그 와중에 머릿속이 너무 따가우니까 그거 없애려고 내 스스로 머리 엄청 주먹으로 때렸어.. 그렇게라도 안 하면 진짜 너무 아팠거든. 1시간동안 엉엉 울면서 머리 때리고 하니까 겨우 정신 차리겠더라..
시간이 벌써 3시길래 일단 면봉으로 코 찌르는거 3번 정도 더 하고 어거지로 계란국 몇 숟갈 먹고 하니까 엄마가 오셨는데 엄마가 약국에서 코 세척하는 도구 사오셨더라고.
엄마한테 도구 받자마자 바로 사용했는데 이게 왠걸 나아지긴 커녕 오히려 더 머릿속이 따가운거야..ㅠㅠ 게다가 하고 나서 누우면 맑은 콧물이 줄줄 흐르고..
사실 지금도 코 자체는 괜찮은데 머릿속이 너무 따가워.. 머리를 뒤로 기대나 엎드리나 정자세로 천장 보고 눕거나 아픈건 마찬가지야..
그래도 어쩌겠어.. 그냥 딱 오늘 하루만 그러길 바래야지.. 무슨 감기 바이러스가 처음에는 몸➡️눈➡️코➡️머리 순으로 도달하는 것 같은 기분이야..ㅠㅠ
암튼 감기 한번 잘못 걸려서 지금 호되게 고생중이니까 자기들은 괜히 덥다고 에어컨 바람 직빵으로 맞지 마.. 차라리 선풍기를 세게 틀어놔..
으아...자기 진짜 고생 많았다;; 자고 일어나면 싹 나아있으면 좋겠네
응 다행히 지금은 약간의 두통만 있고 가래만 좀 있는 정도야..! 대신 엄마가 내 감기 옮아가서ㅠㅠ 자기도 감기 조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