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의 성교육을 떠올리면 어떤 기억이 나나요?
몸에도, 성에도 관심이 많았던 제게는 성교육은 항상 흥미로우면서도 아쉬운 시간이었습니다. 생식기의 구조나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 배우는 것이 재미있었지만, 제가 가진 호기심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입니다.
대학에 입학해 '가정교육'을 전공하고 ‘정제되고 가공되지 않은’ 수많은 자료와 교육들을 찾아보면서 그 호기심을 조금씩 해결해갈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학교에서 받았던 성교육이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대학을 졸업하고 중학교 가정시간에 학생들을 만나며 ‘학생들의 삶을 바꾸는 성교육’을 만들어가기 위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가정시간에 뭘 배우지?
가정교과는 자신과 가족, 지역사회, 자원, 환경과의 건강한 상호작용을 통해 관계를 형성하고, 자립적인 생활능력과 실천적문제해결능력을 길러주는 데 중점을 둔 교과입니다. 정규 교과 과목들 중 성교육을 가장 많이 다루는 교과인데요.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 가정교과에 포함된 성교육 관련 요소와 각 단원에서의 성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렇게 구성된 내용은 아래와 같은 과정을 거쳐 전국의 중학생들의 수업으로 녹아들게 됩니다.
이처럼 교육과정은 교과서에, 교과서는 수업에, 수업은 교사와 학생들에게 영향을 주는 구조이며 각 교과서에서 어떤 언어로 내용을 전개하느냐에 따라서 수업의 방향성이 달라지게 됩니다. 내용요소와 성취기준은 모두 몸과 마음이 성장하며 자아정체감을 형성하는 청소년기에 배워야 할 내용들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교과서는 이러한 교육 내용 요소를 잘 표현하고 있을까요? 출판사에 따라 페이지 디자인이나 문장 스타일, 삽화의 그림체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관점과 내용은 거의 비슷한 편입니다. 대표적으로 많은 학교들이 채택해서 사용하는 일부 교과서의 ‘청소년의 성적 발달’ 단원을 살펴보았습니다.
정연쌤의 교과서 코멘터리 1 차시 - 여성의 몸
CASE #1 외음부의 행방불명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
✔ 남성의 성적 발달에 대해서 다룰 때, 내부 생식기(고환, 부고환, 정낭, 정관, 전립샘 등) 및 외부생식기(음경, 음낭)를 모두 다루고 있습니다.
✔ 여성의 성적 발달에 대해서 다룰 때, 내부 생식기(질, 난소, 자궁, 수란관)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습니다.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들
✖ 여성의 성적 발달에 대해서 다룰 때, 외부생식기(외음부 : 대음순, 소음순, 음핵 등)는 일체의 언급이나 설명이 없습니다.
CASE #2 월경, 주기만 알면 끝?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
✔ 배란과 월경, 월경 주기와 월경 예정일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들
✖ 월경에 대한 실용적인 설명이 부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