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
동의 없는 성관계는 폭력이며 범죄 행위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동의 절차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중요성을 알고 있는 이들도 실제 상황에서는 많은 혼란을 겪는다. 성관계를 요청할 때, 혹은 요청받을 때 어떻게 수락하고 거절할 수 있을까? 반드시 "네. 좋아요" 라고 말해야 할까. "싫어요" 라고 말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할까. 묵인도 동의일까? 도중에 마음이 바뀌었다면 동의를 무를 수 없을까?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이 문서를 읽어야한다. 국내와 해외의 법과 원칙, 실제 사례들을 통해 지금 우리 세상에서 통용되고 있는 동의의 범위와 방향성을 확인해보자.
성관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기
✔️ 동의 가능 연령
법률, 특히 형법에서 스스로 성관계에 동의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나이. 많은 국가에서 특정 연령 미만인 사람과의 성관계를 범죄 행위로 간주한다. 대한민국에서는 만 16세 미만의 미성년자와 성교, 또는 유사 성행위를 하는 경우, 그들의 동의를 얻었다 하더라도 처벌받을 수 있다. 다만 19세 이하의 사람이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의 동의를 얻고 한 성적 접촉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
✔️ 동의하거나 거부하기
- 동의 의사를 명시함👌
- 언어 또는 비언어적 수단으로 성관계에 동의할 수 있다. - 조금이라도 모호한 부분이 있다면 서로 묻고 대화하며 확인한다. 마법 주문처럼 특정 표현을 반드시 사용해야할 필요는 전혀 없다. -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가 원하고 있음을 명확히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 술, 또는 약물에 의해 판단 능력을 잃은 사람은 동의할 수 없다.
- 거부하지 않음, 또는 조건부로 동의함✋
- 성관계를 시도하는 상대방에게 거부 의사를 표현하지 않는 방식으로 '암묵적 동의'를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또한 '삽입은 하지 않겠다', '내가 원하는 피임 형태를 갖추면 하겠다' , ‘성병이 없다는 확신을 주면 하겠다' 등 다양한 조건을 설정해 동의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 그러나 암묵적 동의 방식은 때때로 모호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며 서로 간의 오해를 낳을 수 있다. 만약 상대가 '암묵적 동의'를 시도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짐작'하거나 '넘겨짚는' 대신 소통을 통해 그의 생각을 확인해야 한다.
- 거절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다양하고 복잡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암묵적 동의'는 맥락에 따라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조건부 동의의 경우, 서로가 합의한 사항을 이행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대응한다면 동의의 효력이 사라진다.
- 거부 의사를 명시함👎
- 성관계를 원치 않는 경우 거부할 수 있다. - 연인, 배우자, 가장 가까운 사람 누구라도 관계를 강제할 수 없다. - 동의는 매번 다시 확인되어야 하며 언제든 철회될 수 있다. - 단호한 외침, 격렬한 저항이 거부의 필수 요소는 아니다.
🔎 실제 사례 : 대한민국의 경우
우리나라 현행법상 ‘강간과 추행의 죄’는 '폭행과 협박'이 있었음이 입증돼야 한다. 여성의 의사에 반해 물리적 제압이 있는 상태에서 성폭력이 벌어졌더라도 여성이 필사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다면 성폭력으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실제 재판 과정에서 유죄를 판단할 때 피해자의 '동의' 여부는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다.
🔎 실제 사례 : 다른 나라에서는
국제형사재판소와 유럽인권재판소와 같은 국제재판소들은 모두 ‘동의’여부에 따라 강간을 판단한다.
국제형사재판소는 ‘동의의 부재‘를 강간 성립 여부 판단의 주안점으로 둔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유럽인권협약에 의해 국가는 피해자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모든 성적 행위를 기소하고 처벌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다.
영국, 아이슬란드, 호주, 미국, 캐나다, 스웨덴, 아일랜드, 독일 등 많은 나라들이 피해자의 동의 여부를 중심으로 강간죄를 판단하고 있다. 유엔 역시 각국이 동의 여부를 기준으로 강간을 정의할 것을 여러 차례 권고한 바 있다.
✔️ YES MEANS YES
상호 간 '적극적인 동의' 없이 이뤄진 모든 성관계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1990년 미국 안티오크 칼리지는 캠퍼스 내 성폭력 사건의 판결 기준으로 '예스 민즈 예스(Yes Means Yes)' 원칙을 처음 도입했다.
상대가 '노'라고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예스'라고 분명히 말했는지를 '성적 동의'의 기준으로 삼는 원칙이다.
2016년 캐나다 법원도 성폭행 범죄 판결 기준으로 ‘적극적 합의’를 제시했다. 미국과 호주의 일부 주와 스웨덴 등의 국가에서는 '적극적인 동의' 를 법률에 명시하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성관계에 상대가 동의하는가에 있어서 현저하게 주의를 게을리한 경우 '과실강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요약
- 상호간 동의 없는 성관계는 폭력이다
- 동의는 말 또는 행동을 통해 명시적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 동의 과정에서 술, 약물, 위계관계 등 자발적 판단을 방해하는 요소가 없어야 한다
- 가장 간단하고 명확한 동의 방법은 '묻고 대답하고 표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