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타임과 섹스

협탁 위 휴대폰에 불이 들어옵니다. 알림이 왔군요. 중요한 일일 수도,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일단 여러분의 시선은 그 희미한 빛으로 향합니다. 파트너와 섹스하는 중에 이런 상황이 온다면 휴대폰을 확인하실 건가요? 실제로 기술 기업 SureCall의 최근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국 사람 10명 중 1명은 섹스 중에도 휴대폰을 확인한다고 해요.

기술은 우리에게 연결과 즐거움, 교육까지 제공하고 있죠. 이제 온라인 데이팅 앱이나 사이트는 파트너를 찾는 데 널리 쓰이는 방법이 되었습니다. 화면을 보는 시간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맺고 성교육을 보다 쉽게 접할 수도 있지만, 사실 화면만 보다 보면 친밀한 관계에 대해서는 그리 좋지 않은 영향이 있는 경우가 많아요.

Center for Internet Technology Addiction의 창립자의자 의학 자문 위원이고 책 『인터넷 중독 극복하기』의 저자인 데이비드 그린필드 박사는 섹스 중에 휴대폰을 확인하는 사람의 수가 10명 중 1명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숫자에 대해 생각해 볼까요? “2022년 현재는 우리 모두가 인터넷 중독자입니다. 다섯 살부터 하루에 세 시간씩 화면을 들여다보며 80대까지 살았다고 해 보죠. 그리고 하루에 약 여덟 시간을 잔다면 인생에서 깨어 있는 시간 중 10년은 화면을 보면서 보내는 거예요.” 그린필드의 말입니다.

JAMA Pediatrics의 연구에 따르면 십대 청소년은 하루에 약 7.7시간 동안 화면을 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두 배로 늘어 버렸죠. 성인의 경우 휴대폰을 보는 시간만 따져도 하루에 약 5시간입니다.

서로와 함께 보내는 시간보다 휴대폰을 보는 시간이 더 길까?

화면을 보는 시간이 이렇게나 긴데 실생활에서의 상호 작용과 관계, 성적인 소통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가 있겠냐고 그린필드는 말합니다. MZ세대가 섹스를 하며 보내는 시간은 역대 최저 수준입니다.

그린필드는 이불 속에 있지 않고 화면을 보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생겼다고 말합니다. Silicon Valley Therapy의 이사인 토머스 러킹 박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디지털로 인한 주의 산만은 친밀한 관계에서 가장 흔한 문제 중 하나입니다.”

한 설문 조사 결과 4명 중 1명은 섹스보다 Netflix 시청을 선호한다고 해요. 코로나19 대유행기 동안 커플이 집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은 늘었지만 출생율은 떨어졌습니다. 대화 중에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화면을 내리는 행동을 뜻하는 신조어인 퍼빙(Phubbing)은 관계에 대한 만족감과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친밀한 시간을 보낼 때는 현재에 집중해야 하는데 디지털로 인해 주의가 흐트러지면 뇌가 딴 곳으로 가 버려요.” 러킹의 말이에요.

파트너와 섹스를 하는 중에, 파트너가 오늘 어땠는지 얘기할 때, 아니면 함께 저녁 식사를 하러 나갔을 때 휴대폰을 확인하면 파트너에게 어떤 메시지가 전해질지 생각해 보세요. “어찌됐든 상대가 휴대폰을 자신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느낌이 들겠죠.” 그린필드는 설명합니다.

화면을 볼 때 뇌가 보이는 반응

하지만 이건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휴대폰을 끊임없이 확인하게 되는 데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고, 그 이유는 바로 뇌에 있어요. 하지만 멈출 방법도 있답니다. “중독되는 겁니다. 뇌는 모든 자극에 반응해 그 행동을 반복적으로 원하도록 짜여진 뇌내 회로를 만들어요. 이 행동이 큰 만족감을 주거든요.” 그린필드의 말이에요. 그린필드의 설명에 따르면 화면을 들여다볼 때는 모든 중독 행동이 나타날 때 활성화되는 것과 같은 보상 회로가 활성화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자꾸 휴대폰에 손을 대게 되는 이유가 뭐냐고요? 알림이 와서 휴대폰에 불이 들어오는 것을 볼 때면 뇌가 알림을 확인했을 때 얻을 수 있을 수도 있는 즐거운 정보를 기대하며 도파민을 분비하기 때문이라고 그린필드는 말합니다. 그리고 연구에 따르면 화면을 보는 시간에 따라 뇌의 회백질이 위축될 수 있다고 해요. 회백질과 도파민이 섹스와 무슨 상관이 있나고요? 러킹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회백질은 인간이 건강하게 기능하기 위한 기본이 됩니다. 대뇌피질의 회백질은 성격과 지능, 언어 처리, 집행 기능 등에 관여합니다.” 러킹은 화면을 너무 오래 보면 뇌의 회백질과 도파민이 줄어 친밀한 관계에 건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화면을 보는 시간을 줄이고 친밀감을 증진하는 법

인터넷에는 한도라는 것이 없죠. 여러분도 끝없이 화면을 내리고 또 내리다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지? 대체 몇 시야?’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알게 되었을 거예요. (물론 걱정할 필요 없이 휴대폰에서 몇 시인지 확인할 수 있죠.)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시간을 관리할 때 시작점으로 좋은 시간을 알려 드릴게요. 매일 여가 시간 중에 화면을 보는 시간을 두 시간 이내로 줄이세요. 한 연구에 따르면 매일 화면을 보는 시간이 적은 십대 청소년일수록 높은 행복 수준을 보였어요.

사실 말로 하기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일이에요. 앱에 사용 시간 제한을 걸어 놓고 ‘15분 뒤에 다시 알림’ 버튼을 계속 누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어려운지 이미 알고 있을 거예요. 친밀하게 보내는 시간을 늘리거나 가능성을 높이려면 침실을 휴대폰 금지 구역으로 설정해 보세요. 침대맡 협탁에 디지털 기기의 화면이 위로 가게 놓으면 알림을 살짝 보고 싶다는 유혹이 느껴질 가능성이 높아요. 그린필드는 여기에 더해 화면 색을 흑백으로 바꾸면 휴대폰을 보고 싶은 욕구가 30~40% 줄어든다고 조언합니다.

화면을 보는 시간을 제한하는 것에 더해, 휴대폰을 보지 않기 위해 중요한 또 한 가지는 지루함을 견디는 능력을 다시 회복하는 거예요. 지루함을 해소하기 위해 휴대폰을 보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지루한 시간을 통해 창의력과 자기 성찰이 늘어날 수 있답니다. 그린필드는 사람이 혼자 있는 순간에는 보통 제일 먼저 휴대폰을 집어들게 된다고 말합니다. 이 습관에 대응하기 위해 평소에 보통 휴대폰을 꺼내게 되는 지루한 순간을 견디려고 노력해 보세요. 가령 마트 계산대 앞에서 줄을 설 때나 강아지와 산책할 때 말이죠.

스스로에게 ‘지금 왜 휴대폰을 꺼내는 거지? 뭐가 필요해서, 아니면 뭘 원해서?’라고 질문을 던지는 것도 좋아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블루라이트를 발산하는 손 안의 네모진 물건 속에는 없을 확률이 높아요.

화면을 보는 시간에 대해 조금 더 신경을 쓰면 친밀감을 높일 수 있습니다. 파트너와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도 다시 파트너와 공유하는 가치관에 집중하고 친밀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가치관은 행동으로 이어지니 파트너와 가치관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이야말로 친밀감 증진의 첫 단계죠.” 러킹의 말이에요.

그린필드는 ‘계속 휴대폰을 확인할 때 치르게 되는 대가’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라고 조언합니다. 자칫 소통의 단절과 관계의 저하라는 대가를 치르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신체적 친밀함이든 감정적 친밀함이든, 친밀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공간을 만드는 건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화면을 보느라 시간을 낭비해 버리면 그러기 어렵겠죠. 항상 디지털 기기를 통해 오는 모든 것을 확인하기 위한 대기 상태로 있다 보면 바로 내 눈 앞에 있는 일을 놓치게 될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