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건 잘 만들고
망하는 사업이 있다?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했던 항공사가 파산한 이유.
여성들이 극찬한 속옷 브랜드가 폐업 위기인 이유.
이렇게 사업을 시작하고, 이렇게 망한다고?
납득이 가실지 모르겠지만 의외로 있는 일이랍니다. 한 번 들어보세요.

- 미노마즈가 폐업 위기에 처했습니다. 자기만의방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속옷 브랜드. 고양이를 가슴에 담고 다니는 것 같다는 브라. 트위터에서도 2천 넘게 RT됐던 그 제품에 대한 이야기가 맞습니다.
- 재입고 기다리는 자기님들은 많은데 물건 온다는 소식이 없었습니다. 뭐 하시는 거지? 공장이라도 가봐야 하나? 고민 중에 윤소영 대표님께 메일이 왔어요. 어려울 것 같다. 로 시작하는 문장이었습니다.
- 이번 주 내내 팀 모두 정신이 없었습니다. 대표님 찾아가서 설명을 요구했습니다. 미노마즈를 더 이상 만들 수 없게 된 이유를 들었는데 정말 황당했어요.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했던
항공사가 파산한 이유.

- 2009년 파산한 미국의 중소항공사 미드웨스트의 이야기와 아주 비슷합니다. 이 항공사가 사라질 때 정말 많은 고객들이 슬퍼했어요. 미드웨스트와의 여행에는 언제나 감동적인 에피소드가 있었거든요. 승객이 같이 탄 반려견의 컨디션을 걱정하자 직원이 반려견이 있는 케이지를 들고 와 보여줬어요. 비행기를 기다리는 아기 엄마가 기저귀가 없어 당황하니 직원이 택시 타고 마트까지 가서 기저귀를 사다줬어요. 수트 케이스를 잃어버린 승객을 위해 직원이 자기 양복을 호텔까지 가져다줬어요. 밤이 늦어 모든 옷가게들이 문을 닫아 걱정했는데 우연히 자신과 사이즈가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서요.
- 미드웨스트의 명물은 초코칩 쿠키였습니다. 기내식에 아낌없이 투자했던 이 기업은 모든 승객에게 도자기 그릇에 멋진 요리를 담아 서빙했는데 음식 맛이 레스토랑급이었죠. 고급 와인과 샴페인을 무제한으로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초코칩 쿠키. 기내에서 직접 구워 언제나 따끈따끈하고 달콤했어요. 매년 고객들의 집에 이 쿠키와 함께 감사 인사를 보냈답니다.
- 미드웨스트는 승객의 입장에서 사업을 운영했습니다. 이코노미석이 다른 항공사의 일등석만큼이나 편안했어요. 가운뎃줄 좌석을 아예 없애고 간격 넓은 가죽 의자로만 배치했죠. 미드웨스트를 경험한 승객은 모두 미드웨스트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그런데 왜 망했나요? 재무 구조 때문이에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가 터지며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여전히 쿠키를 구웠다는 겁니다. 아무리 회사가 어려워도 최상급의 서비스를 포기하지 않았어요. 2009년 7월 파산하는 그날까지.
여성들이 극찬한 속옷이
폐업 위기인 이유.

- 미노마즈 얘기로 돌아올게요. 미노마즈는 94년생 여성 대표가 설립하고 직접 운영하는 인디 속옷 브랜드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정말 좋은, 몸에 편안한 속옷을 만들어요. 우리는 정말 예민한 몸을 가진 개발자 승을 통해 이 브랜드를 처음 알게됐어요. 속옷은 보기에는 다 비슷하죠. 입어봐야 진가를 알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 미노마즈를 입어봤을 때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놀랐습니다. 3n년 동안 속옷을 입고 살아왔는데 말이죠.
- 미노마즈는 자체 공장을 운영합니다. 30년 경력의 재단사와 35년 경력의 재봉사가 모든 속옷을 책임지고 만들어요.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패턴을 새로 설계하는 과정에서 13개나 넘는 샘플이 나오기도 합니다. 까다로운 봉제법을 굳이 고집해 다른 공장에는 맡길 수도 없어요. 일하는 사람들이 나는 못한다 하고 도망을 갈 정도니까요. ‘손해 보며 삽니다’ 이력서 첫 줄에 그렇게 쓴 재단사님 같은 사람들만 이 공장에 남았습니다.
- 미노마즈는 소비자인 여성의 몸에 집착했습니다. 속옷이 몸에 남길 수 있는 모든 존재감을 완벽하게 삭제하기 위해 원단과 봉제에 아낌없이 투자했어요. 고무줄과 고무 밴딩을 없애려고, 그러면서도 신축성과 내구성을 높이려고 공정의 효율성을 포기했습니다. 드로즈의 월경대 부착 부분은 일반적으로 덧대서 만들기 마련인데 아예 이중으로 패턴을 새로 짰어요.
- 미노마즈를 입어 본 사람들은 모두 놀라워합니다. 하늘 위에서 갓 구운 쿠키를 처음 맛봤던 미드웨스트 승객들들도 그랬겠죠. 어? 이런 맛이 날 수가 없는데. 방금 구운 것 같잖아. 그 말이 맞아요. 정말 기내에서 구웠으니까요. 미노마즈의 첫 경험도 비슷해요. 어? 속옷이 이래? 지금껏 입어본 거랑 전혀 다른데? 네 맞아요. 공산품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제작되니까요.
- 그런데 왜 폐업 위기인가요? 예상하시는 그대로입니다. 소규모 브랜드가 자체 공장을 운영하고, 최상의 품질에만 골몰했습니다. 생산 단가를 무시하고 공산품 수준의 가격을 유지하려다 마진이 마이너스가 됐습니다. 미드웨스트처럼, 미노마즈도 재무 구조를 무시하고 고객 만족만 추구하다가 지속가능성을 잃어버린 겁니다.
역마진 속옷은
여기까지입니다.
- 우리는 미노마즈를 구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봤습니다. 미드웨스트 파산 사건에서 교훈을 구하기도 했죠. 당시 애널리스트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놨습니다. 쿠키를 탓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쿠키를 굽지 말았어야 했다. 정말 그럴까요? 쿠키는 신념을 담은 상징이었습니다. 여객기가 인간 화물을 실어 나르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며 여행의 기쁨이 시작되는 하늘 위의 휴양지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였습니다. 바보같아 보일 수 있겠죠. 하지만 결국 우리도 미노마즈도 이런 바보 같은 사람들이라는 걸 인정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 하되, 제품의 품질로 타협하지는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여성의 편안함에 200% 집착하는 속옷 브랜드가 세상에 하나쯤 존재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 우리는 미드웨스트가 쿠키를 구워서 망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우아함을 선택해서 망했습니다. 침몰하는 타이타닉 위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음악가에 빙의해서 망했습니다. 쿠키를 굽고 사랑하는 고객들에게 도와 달라는 편지를 보냈어야 했습니다. 쿠키 장사라도 시작해서 발버둥을 치고 기를 써서 고객들 곁에 남아야만 했습니다. 그게 진정성 아닐까요? 우리는 발버둥칠 겁니다.
- 어쨌든 살려보겠습니다. 미노마즈의 가치, 신념, 품질에 대한 확고한 기준은 유지하면서 살려보겠습니다. 치열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입니다. 가격과 색상 옵션을 조정하고 재무 구조를 개선해보겠습니다.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신념으로 만드는 속옷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합당한 가격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그래서 <미노마즈 : 마지막 역마진 기획전> 시작합니다. 기존 가격으로 미노마즈를 구매하실 수 있는 마지막 이벤트입니다. 딱 일주일 동안만 진행합니다. 자기만의방이 미노마즈가 지금까지 생산한 모든 제품을 구매하고 역마진을 책임집니다. 경험해보시고, 좋은 후기를 남겨주세요. 거기서 힘을 얻겠습니다.

덧붙여. 미노마즈 첫 구매를 고민하시는 분께.
미노마즈는 자기만의방이 처음으로 이름을 걸고 소개한 속옷 브랜드입니다. 좋은 속옷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여성을 자유롭게’를 외치는 펨테크 스타트업인 우리는 좋은 속옷의 기준을 편안함으로 정의합니다. 가슴이 커 보이는 속옷, 엄청나게 저렴한 속옷이 좋은 속옷이라고 생각하시는 분께 미노마즈는 좋은 속옷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분께도 한 번은 입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편안함이 극대화된 속옷을 한 번 입어보면 그 기준이 바뀌실 수 있거든요. 기분 좋은 촉감, 입지 않은 듯한 가뿐함, 색소 침착과 소화 불량이 없어진 일상의 기쁨에는 중독성이 있어요. 입고 있는 모든 시간, 내가 나 자신을 귀하게 대접해 주고 있다는 묘한 충족감을 느끼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