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버지니아 울프는
여자 대학생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여성들은 이전 시대 젊은 여성들이 이루지 못한 삶을 제대로 살아낼 의무가 있다고. 현실성으로 이뤄진 세상에서 중요한 무언가를 성취하고 창조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물론 그 길은 아주 길고 고될 것이지만 앞서간 사람들이 빛을 비추어줄 것이라고 말이죠.
2024년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은 100년 전 영국과 비교해서 많이 나아졌습니다. 느리지만 분명히 나아가고 있죠.지난 3월 딜로이트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한국 기업들의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은 8.8%. 21년 대비 두 배나 증가했습니다. 이 중 의장 비중은 2.3%이며 CEO는 2.9%라고 합니다. 조사 대상인 50개 국가중 최하위 5개국에 속한다는 사실은 잠시 접어두도록 해요.
그리고 이 중에서 버지니아 울프가 기대했던 것처럼 세상을 뒤흔들 중요한 발견을 하고, 자본주의 문명 사회에서 혁신과 발전을 이끄는 기술 기업의 여성 CEO는 얼마나 될까요?
아주 길고 고되며, 누구도 제대로 알아주지 않지만 분명하고 단호한 혁신의 길을 걷는 여성 CEO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이제 우리가 세상을 바꿀 것이고, 이를 통해 버지니아 울프의, 그 이전 시대 모든 여성들의 꿈이 이뤄질 테니까요.
세상을 바꿀 여성 기술 기업 네 곳을 소개합니다.
1. 이너시아 (Inertia)
물리학 제1 법칙, 관성의 법칙.
정지해 있는 물체는 항상 정지하려고 하고,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운동하려는 성질.
과학고를 조기졸업하고 카이스트 학사, 석사, AI 박사과정을 밟던 젊은 여성이 월경대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격려보다 걱정의 시선을 보냈습니다. “왜 굳이?”
여성 헬스케어 기업 이너시아의 김효이 대표는 여기서 주눅 들지 않았어요. 관성을 깨겠다는 야심과 패기가 있었거든요. ‘이너시아’(inertia)에도 이런 뜻이 담겼습니다. 이너시아의 의미는 ‘관성’. 움직일 기미가 없는,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문제를 움직이게 만들어 ‘운동하는 관성’으로 바꾸겠다는 겁니다.
대체 왜 월경대에 혁신이 필요해?
여성이 아니었다면 하지 않았을 생각이었을 겁니다. ‘카이스트 나와서 할 수 있는 좋은 연구가 더 많지 않았어?’ 라는 질문에는 단호히 고개를 젓고 이렇게 답하곤 해요.
“카이스트에서는 지금도 굉장히 좋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그 결과가 실제 우리 삶으로 다가오는 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생각에 공감하는 친구들 네 명이 모여서 ‘우리가 연구해서 우리 삶을 직접 바꿔보자’고 결심 했어요. 그중 하나가 월경이었죠”
여성의 삶에서 터무니 없이 많은 자리를 차지하는 월경의 시간을 편안하게 바꿀 수 있다면, 여성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활동하고, 보다 대단한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어요.
전국의 도축장을 돌며 피를 직접 구해다 흡수력 테스트를 하고, 공장에서 300개가 넘는 샘플을 만들며 수억 원을 투자해 연구한 끝에 이너시아의 ‘과학적인 월경대’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이너시아의 ‘더 프리즘’은 기존 월경대와 모양만 똑같을 뿐 원단부터 흡수체까지 완전히 다른 새로운 발명품입니다. 수술실 지혈 성분으로 알려진 셀룰로스를 독자 연구하여 '라보셀'이라는 특허 흡수체를 월경대에 도입한 이너시아의 기술은 월경이 주는 불편감을 최소한으로 줄여버렸어요. 라보셀은 월경대가 세상에 나온 이후 가장 혁신적인 개발일 거예요.
앞으로 이너시아는 여성들이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관성적으로 사용해왔던 모든 물건을 과학 기술로 하나둘씩 바꿔 나갈 것입니다. 한 번 큰 일을 시작하면, 끝까지 가는 게 여성들의 습성이잖아요. 언젠가는 이들이 월경이라는 개념 자체를 없애버릴지도 모를 테니 모두 기대하시고 위대한 역사의 시작을 지켜보며 응원해 주세요.
2. 수젠텍 (Sugentech)
난세에는 영웅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세상이 크게 변화할 때 여성의 힘이 드러납니다.
세계대전 이후 노동 시장에 투입된 여성들이 경제를 이끌었죠. 달에 가는 로켓을 개발할 때 컴퓨터보다 정확한 계산을 해낸 것도 여성이고요. 최근 경제학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여성 기업가들의 뛰어난 성취를 분석한 기사들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습니다.
S&P 글로벌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동안 여성 CEO들은 다른 리더십 스타일로 기업을 이끌었습니다. 여성 CEO들은 ‘다양성’, ‘공감’, ‘적응’, ‘변화’의 키워드를 주로 사용한 반면 남성 CEO들은 ‘실적’, 거래’, ‘성장’의 키워드에 집중했죠. 두 집단의 재무 성과는 비슷했지만 여성 CEO들의 기업은 사회적으로 더 많은 책임을 지고 정의로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합니다. 이들의 비율은 전체에서 5.4%에 불과했지만 실질적인 치유와 회복의 기능을 도맡았어요.
수젠텍은 팬데믹 시기 이러한 여성 CEO만의 적응과 변화, 정의의 힘을 보여준 대한민국 대표 헬스케어 기업입니다. 코로나 항체·항원 신속진단키트, 코로나·다중 신속진단키트 등을 빠르게 개발해 전 세계에 판매하면서 가파르게 성장했죠. 당시 진단키트 시장에 많은 기업이 도전장을 냈습니다.
본래 글로벌 상위 4곳 점유율이 50.2%에 달할 정도로 보수적인 특징을 지닌 진단의학 시장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 그 중심에 수젠텍이 우뚝 설 수 있었던 건 결코 행운도 우연도 아니었어요. 손미진 대표가 갈고 닦아 온 진단 기술 고도화의 길이 정점에 달았기 때문이었죠. 수젠텍은 현재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진단 플랫폼을 모두 완비한 국내 유일의 체외진단 기업입니다.
2006년 대기업을 퇴사하고 2011년 수젠텍을 설립한 손미진 대표는 창업 당시를 “황당함을 넘어 용납조차 불가능했던 분위기”였다고 회상합니다. 하지만 결국 따가운 시선, 육아의 부담을 모두 넘어서 인류의 생명을 구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게 돕는 진단의학의 일대 혁신을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팬데믹 이후 수젠텍의 행보는 더욱 놀라워요. 여성이 스스로 자신의 호르몬 변화를 진단할 수 있는 ‘슈얼리 스마트’ 플랫폼을 개발해 미국 FDA 승인을 받았죠. 이 기기는 임신, 배란, 완경과 관련된 호르몬과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을 포함한 5종의 여성호르몬 측정해 여성이 직접 건강을 돌볼 수 있게 해요. 너무나 흔해서 위험한 줄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월경 불순, 월경전 불쾌 장애까지 미리 인지해 예방하고 준비할 수 있죠.,.
수젠텍은 현대 과학이 무지했던 영역을 밝혀나갑니다. 여성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빠르게 인지하고 능동적으로 치유하는 길이 열릴 거예요. 이제 우리는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모든 불편함을 거부할 수 있어요.
3. 카이헬스 (Kai Health)
여성의 희생 없이 탄생하는
건강한 가족과 새로운 생명의 시대.
2023년 출생한 아이 10명 중 1명이 난임 시술로 태어났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난임 시술 비용은 회당 300만 원이고 성공률은 30%에 불과합니다. 시술의 횟수가 거듭될수록 비용은 증가하고 아이를 품는 여성의 몸과 마음은 피폐해집니다. 하나의 생명을 이 세상에 초대하는데 한 성별에 지우는 책임의 무게가 날로 증가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출생 수에 집착하는 과학은 여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요?
카이헬스는 이 문제를 여성의 입장에서 풀어나가겠다고 선언한 기술기업입니다. 카이헬스를 창업한 이혜준 대표는 의사이고, 사업가이며, 엄마죠.
카이헬스는 지금껏 의료진의 주관적이고 경험적인 판단에 의존했던 난임 시술과정을 AI 분석 기술로 혁신해 객관성과 정확도를 높이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어요. 배아를 임상 배아 연구원과 의료진이 키우고 선별할 때는 정확도가 40~50%에 그치지만, 배아 분석 AI 솔루션 비타 엠브리오를 이용하면 60~70%까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카이헬스는 단순히 출생률은 높이는 난임 기술기업이 아니에요. ‘건강한 가족을 만들기 위한 헬스케어 플랫폼’입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아이를 낳고 길러내는 과정의 대부분은 여성의 의무와 희생이 따랐죠. 지금 우리 세상에는 난임이나 아이의 장애 등을 모두 여성의 탓으로 몰아갔던 무지한 ‘과학자’들이 사라진 자리에 실증적인 진리의 씨앗을 다시 뿌릴 진짜 과학자들이 필요해요. 그래서 카이헬스가 나섰습니다.
새 생명을 잉태하고 인류를 번성시키는 일이 결코 여성만의 신성한 의무가 아닌, 모든 사회의 주체들이 함께 참여하고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과제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것. 그것이 카이헬스가 앞으로 해낼 일입니다. 지금은 2024년입니다. 여성인 우리들의 관점에서, 다가올 미래에 ‘건강한 가족’이란 개념은 더욱 확장될 것입니다. 카이헬스가 풀어나갈 문제와 해답이 그 길을 여는 새로운 빛이 되겠죠.
4. 아루 (AROOO)
우리는 위대한 당신이,
마땅히 위대해질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다시 100년 전, 버지니아 울프가 서있었던 대학교 강의실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이제 우리가 아주 길고 고되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 길을 걸어야 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밀어붙이기 직전에 그는 이렇게 한탄했어요.
“여성의 지적 자유는 아테네 고대 노예보다도 못하다. 하지만 과거에 살다 간 이름 모를 여인들의 노고 덕분에, 나이팅게일을 응접실에서 꺼내 준 크림 전쟁 덕분에, 보통 여성들에게 새로운 삶의 길을 열어준 세계대전 덕분에 악습은 개선되고 있다”
지금껏 역사 속에서 여성에게 자유를 부여한 건 전쟁과 같은 거대한 사건들이라는 얘기죠. 우리는 그 혼돈에서 지적 자유와 물질적 자유의 기회를 얻었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또 전쟁을 일으켜야 할까요?
아니요. ‘자기만의방’은 그 전쟁들이 했던 역할을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는 여성의 고민 해결을 위한 플랫폼에서 수많은 지식 콘텐츠, 커뮤니티라는 소통 공간과 진보된 기술 상품을 제공합니다. 우리는 그간 하나의 성별에 집중해 이뤄진 문화와 경제 성장 속에서 숨겨졌던 여성의 목소리를 발굴하고 다른 여성들이 영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거예요. 이건 우리만의 전투죠.
‘자기만의방’을 운영하는 기업 ‘아루( AROOO, A Room of One’s Own)는 2021년 설립되었습니다. 이명진 대표와 함께 재능있는 여성들이 모여 오직 여성만을 위한 지식 콘텐츠를 제작하고 여성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여성들이 창조한 선진기술을 더 많은 여성들이 누릴 수 있도록 전달하고 있어요.
왜? 그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을 위해서죠.
우리를 통해 삶의 모든 고민과 불편함에서 해방된 당신이 이 세상에 가져올 것들을 상상합니다. 때로는 사소하고 때로는 위대하겠죠. 무엇이든 분명 귀중한 것일 겁니다.
아루의 야망은 확실한 기술력에 근거합니다. 자기만의방은 플랫폼에 특화된 IT기술과 여성을 위한 데이터 AI 매커니즘을 고도화해 민간과 정부 투자를 유치했고 다양한 성과를 내고있거든요. 당신을 포함해 15만 명이 넘는 지적인 성인 여성들을 모았고, 이를 통해 더 큰 일을 해낼 수 있을 거예요. 우리의 기술, 땀과 노력, 환희와 눈물을 즐겨주세요. 앞으로 더 놀라운 변화를 만나게 해드리겠다고 약속합니다.
이너시아, 수젠텍, 카이헬스, 아루의 꿈, 더 나아가서 버지니아 울프가 그렸던 미래는 당신이 함께할 때 완성됩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결국 쓰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요.
우리 세상에 여성을 위한 기술이 이렇게나 필요하다는 사실을 직접 증명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