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
여성을 대상으로 물건을 파는 판매자들은 장구한 시간을 걸쳐 가장 효과적인 판매 전략을 알고 있다. 바로 여성들의 ‘죄책감’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들은 게으르게 자신을 방치하지 말고 자사 제품을 사용하여 자신을 가꾸라고 여성들을 부추긴다. 그들이 말하는 이상적인 여성은 다이어트 식품을 먹고 날씬한 몸매를 유지해야 하고, 어떤 상황에도 흐트러짐 없도록 지속력이 좋은 화장품을 사용한다. 그리고 이제는 성기에서 ‘향기’까지 나야 한다고 말한다.
외음부 세정제와 나의 몸
먼저 ‘여성 청결제’라는 표현부터 살펴보자. 이름만 보면 마치 ‘여성’이 ‘청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제품처럼 보인다. 이걸 써야 ‘청결한 여성’이 될 수 있다는 듯이. 하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여성 청결제’는 질 바깥 부위인 ‘외음부’에 사용하는 세정제다. 질정이나 질 세정제처럼 질 내에 사용하는 것과 다르다. 뒤에서 더 설명하겠지만, 우리는 외음부를 청결히 하기 위해서 특별한 세정제가 꼭 필요하지 않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여성 청결제’ 대신 ‘외음부 세정제’라고 부르는 건 어떨까.
외음부 세정제 사용 현황
2020년 여성 환경 연대에서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1,800여 명의 여성 중 외음부 세정제를 사용하는 여성은 59.5%로, 10명 중 6명에 이른다.
나이별로 살펴보면 30대 중 무려 70.4%가 여성 청결제를 사용한다고 응답했으며, 20대의 55.6%, 40대의 53.6%도 해당한다. 가장 낮은 비율을 보이는 10대에서도 32.8%가 여성 청결제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놀랍게도 성기 및 성 지식 수준이 높을수록 외음부 세정제가 ‘필요 없다’고 대답한 비율이 40.3%로 가장 높았다. 반대로 성기 및 성 지식 수준 낮은 응답자의 경우 외음부 세정제가 ‘필요 없다’고 대답한 비율이 9.1%에 그쳤다.
외음부 세정제, 진실 혹은 거짓
외음부 세정제 광고는 여성들에게 우리 몸에서 나는 자연스러운 냄새를 더러운 것으로, 본래의 색을 고쳐야 하는 것으로 표현한다. 자신의 몸에 대해 여성들이 끊임없이 불안하게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광고는 제품을 팔기 위해 우리에게 잘못된 개념을 심어주고 있다.
- 질에서 나는 냄새는 제거해야 한다? 🙅♀️
질에서 나는 시큼한 냄새는 질 속의 유익한 유산균이 만들어내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건강한 질에서 꽃향기가 아니라 시큼한 냄새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탈취하거나 ‘특별한 무언가’를 사용해 없애버려야 할 것이 아니다. 다만 심한 악취가 난다면 질염과 같은 질병을 의심해봐야 하므로 외음부 세정제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 질 내 산도 조절을 위해 외음부 세정제를 사용해야 한다? 🙅♀️
건강한 질은 스스로 질 내 산도를 조절할 수 있다. 따라서 특정한 제품을 사용하여 질 내 산도를 조절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외음부 세정제는 말 그대로 질이 아닌 ‘외음부’를 세척하는 것이므로 질 내 산도를 조절할 수 없다.
- 외음부 세정제는 항균 효과와 질염 예방이 가능하다? 🙅♀️
외음부 세정제는 의약(외)품이 아닌 일반 화장품이므로 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또한 ‘살균’, ‘소독’, ‘면역력 강화’와 같은 소비자 오인 우려 광고나 ‘질염 예방’, ‘생리 기간 단축’과 같은 거짓・과대 광고에 속지 말자.
- 외음부 세정제는 안전하다? 🤷♀️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어쩌면 일회용 월경대(생리대)보다 외음부 세정제가 더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외음부 피부는 구조상 화학 물질의 흡수가 팔뚝 피부보다 6배나 높다. 게다가 외음부 세정제는 액체 형태라서 그만큼 더 피부에 흡수되기 쉽다. 즉, 화학 물질은 외음부에 더 자극적일 수 있다. 외음부 안쪽의 소음순과 요도구, 질구 등은 외음부보다 더 취약하므로 세정제를 사용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일부 외음부 세정제에 포함된 향 성분 중 급성 독성을 일으키는 성분이 44종, 건강에 영향을 주는 성분이 97종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자기 대상화와 외음부 세정제
- 자기 대상화와 비례하는 외음부 세정제 사용률
나의 몸을 타인의 기준에 맞추는 이런 자기 대상화 정도가 높을수록 외음부 세정제 사용 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 대상화 정도가 높은 여성의 67.5%, 자기 대상화 정도가 낮은 여성의 44.7%가 외음부 세정제를 주 1회 이상 사용하는 것으로 응답했다.
반대로 자기 대상화 정도가 낮은 여성 중 32.3%가 외음부 세정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에 비해, 자기 대상화 정도가 높은 여성 중 오직 7.7%만이 외음부 세정제를 사용하지 않았다.
외음부 세정제의 사용이 정말 스스로 결정한 선택인지 한 번쯤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
✊ 내 몸에 주체적이기
질에서 이물질을 내보내고 내부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질 분비물이 생기는 것도, 건강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시큼한 냄새가 나는 것도 모두 자연스러운 신체의 과정이다. 그러나 외음부 세정제 광고는 여성의 성기를 ‘냄새나는 것’, ‘쉽게 오염되는 것’으로 묘사한다.
‘외음부 세정제를 사용하면 안 된다’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것은 내가 사용하는 제품이 정말 ‘사용해도 괜찮은 제품인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남의 시선이나 허위・과장 광고가 아닌 ‘스스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사용하는지’에 대한 것들이다.
우리는 외음부나 성기의 냄새나 모양은 어떤지 사회의 엄격한 잣대에 하나하나 맞추는 것보다는 내가 건강한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리 몸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가지고 사회의 외모 규범에서 벗어나 나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함께 싸워나가야 한다.
요약
- 건강을 위해서 특별한 외음부 세정제는 필요하지 않다
- 올바른 지식을 가지고 나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자